휴대폰 수출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중견·중소업체들이 그동안 국내에서 개발과 생산을 전담하는 체제를 이원화시켜 연구개발(R&D)은 국내에서, 생산은 해외에서 수행하는 경영체제를 가속화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세원텔레콤·텔슨전자·브이케이·인터큐브 등 올해들어 중견·중소업체들이 중국 등 해외수출 물량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생산기지를 대거 중국으로 이전하는 대신 한국을 R&D센터로 집중 육성하는 이원화 전략에 나서고 있다.
이는 내수보다 해외시장에 주력하고 있는 이들의 특성상 연구개발은 세계 최고의 이동전화서비스 인프라를 갖춘 한국에서 담당하는 게 유리하지만 생산은 인건비가 저렴하고 부품소싱이 용이하며 시장과도 가까운 중국이 유리하다는 전략적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세원텔레콤(대표 홍성범 http://www.sewon-tele.com)은 지난달말 중국의 가전업체인 하이얼과 내년부터 연간 500만대씩 향후 5년간 총 2500만대의 이동전화단말기를 위탁생산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교환하면서 생산과 R&D를 분리하는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 회사는 연간 500만대의 위탁생산 물량 중 300만대(중국 100만대, 북남미 및 유럽 200만대)를 세원텔레콤 브랜드로 공급키로 결정함에 따라 중국내 새로운 생산기지를 마련하게 됐다. 대신 한국은 중국 및 세계 시장을 겨냥한 제품의 R&D에 치중하며 현 생산라인은 하이엔드 단말기 생산에 사용키로 했다.
홍성범 세원텔레콤 회장은 “이번 하이얼과의 전략적 제휴는 글로벌 경쟁시대에 대비한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중국시장뿐 아니라 세계 시장을 겨냥한 조립생산 거점의 확보에 의미가 있다”며 “세원텔레콤은 R&D에 치중하는 기술집약적인 회사로 육성하고 조립생산제조 기반은 해외생산 기지로 전진배치하는 글로벌 전략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텔슨전자(대표 김동연 http://www.telson.co.kr)는 지난 8월 중국 산둥성 옌타이시 경제기술개발구와 이동전화단말기 생산 현지법인(법인명 텔슨전자옌타이유한공사) 설립계약을 체결하고 오는 2005년 3억달러의 매출을 올려 메이저업체로 성장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김동연 텔슨전자 부회장은 “중국 법인은 글로벌 생산기지로 중국향 단말기는 물론 세계 시장에 수출하는 모델도 생산할 것”이라며 “한국은 글로벌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주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이케이(대표 이철상 http://www.viable.co.kr)는 올초 홍콩법인을 통해 중국의 GSM 단말기업체인 차브리지를 인수하면서 한국에서 제품을 개발해 차브리지에서 생산하는 전략으로 올해 사상 최고의 실적을 거두고 있다. 인터큐브(대표 강원희 http://www.intercube.co.kr)도 최근 중국 현지법인을 설립하면서 향후 현지법인을 중국 수출 모델을 생산하는 생산기지로 전환시켜 현지화의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