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절감 효과만 강조땐 ERP 도입 되레 저해"

 ‘전사적자원관리(ERP) 도입효과 중 비용절감 효과만을 지나치게 내세우지 말자.’

 ERP구축시 즉발적인 비용절감 효과보다는 전사적인 업무 프로세스 혁신과 더불어 투명경영이 가능한 점 등도 병행해서 부각시키자는 현장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전처럼 비용절감 효과만 강조하는 것은 경영진이 지레짐작으로 ‘비싼 비용으로 ERP를 도입한 이후 효과를 볼 것이 없다’는 의견만을 내세워 오히려 ERP도입에 어려움을 가중시킬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지적은 LG생활건강,신원 등 ERP도입을 앞둔 기업의 정보시스템관계자들로부터 비롯되고 있어 무게가 더해지고 있다

 경영진이 ERP의 비용절감 측면만 강조하다보면 본래 기능의 왜곡뿐만 아니라 향후 신기술 도입을 가로막는 저해요소로 작용할 가능성도 커진다는 것. ERP도입 이후 비용절감이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신기술에 대한 경영진의 불신이 쌓여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오히려 앞으로의 신기술 도입이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비용절감 효과를 강조하는 것은 경영자로서의 의무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일부 컨설팅 업체나 솔루션 공급업체의 왜곡된 마케팅 결과로 분석되기도 한다. ERP도입을 가장 손쉽게 설득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는 지금까지 비용절감 효과만을 지나치게 부각시켜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한 IT기업은 ERP도입 후 재고비용 절감 등으로 연간 300억원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하게 됐다고 광고하고 있을 정도다.

 LG생활건강의 이주호 부장(정보화추진팀)은 “기업들이 ERP를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보기보다는 비용측면만 강조하여 오히려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을 어렵게 하는 경우가 있다”며 “ERP도입 이유로 비용절감 측면보다는 e비즈니스 인프라로서의 선투자개념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CEO는 반드시 투자한 만큼 명쾌한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현재 여건상 ‘IT가 우선과제냐 그렇지 않느냐’를 따져보게 되면 결국 IT는 뒷 순위로 밀리게 돼 비용측면 만의 접근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따라 LG생활건강의 경우 투명경영, 업무혁신 등 다양한 측면에서 ERP 도입여부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원의 조영진 부장(정보시스템팀)도 다른 솔루션의 효과적인 도입을 위한 인프라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최근 비용절감 효과보다는 전사적인 업무 프로세스 변환을 위해 ERP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경영진에 알렸으며, CRM·SCM 등과 연계해 ERP도입을 병행하는 방안을 만들었다.

 이밖에 구로공단내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최근 사장으로부터 ‘ERP도입 후 비용절감이 얼마나 됐는지 정량해달라는 요구’를 받고 난처했다며, 비용절감 효과를 추산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점을 이해시키는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실토했다. 그는 “CEO들이 ERP도입 후에 비용절감에만 초점을 맞춰 성과를 따지다보면 실제 업무프로세스의 변화에는 무관심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ERP전문가들은 “투자대비회수율(ROI) 산출을 위해 ERP도입 효과를 수치화하는 것은 필요하겠지만 1, 2년내 결과물이 나올 것이란 기대는 무리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비용절감을 위해서는 업무프로세스 혁신 등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을 적극 알려야 하며 솔루션업계와 정부 등의 관계자들이 비용절감 효과를 강조하는 분위기도 지양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