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마이크론사의 한국업체 제소

 세계 2위 D램 업체인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최근 한국 D램 업계를 제소한 것과 관련해 정부와 관련업체들이 즉각적인 대응에 나선 것은 잘한 일이다.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한국 D램 업계를 제소하자 외교통상부, 산자부 등 관계 당국과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반도체 관련업체들이 즉각 대응책을 발표하는 등 발빠른 대책마련에 나섰다.

 마이크론은 최근 “한국정부가 업계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바람에 피해를 보았다”며 한국산 D램에 대해 상계관세를 부과할 것을 미국 상무부와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요구했다. 마이크론은 한국정부가 국내 D램 업계에 수십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제공한 것은 미국 상계관세법과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부채 탕감, 출자 전환, 정부 주도의 회사채 차환 발행, 특별 수출금융, 특별 세제혜택 등이 보조금 지급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마이크론의 제소는 장기화되고 있는 D램 불황으로 어느 정도 예견됐던 사안이긴 하지만 그동안 하이닉스 인수를 추진하면서 우리나라 반도체 시장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마이크론이 우리 업체를 제소했다는 점에서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이번 제소건이 법적요건을 갖추기 위해선 여러가지 절차를 밟아야 한다. 미국정부는 20일 안에 조사개시 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ITC는 제소일로부터 45일 안에 산업피해 여부에 대한 예비 판정을 내리고 상무부가 85일 안에 보조금 지급 유무에 대한 예비판정에 이어 최종 판정을 내리는 순서로 진행된다. 하지만 그동안의 전례로 볼 때 마이크론사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기는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마이크론이 우리나라 D램 업체를 대상으로 통상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배경이 순수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은 그동안 D램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엄청난 규모의 적자가 쌓여 왔고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해 유럽국가들의 D램 수출이 늘어나면서 노골적인 경계심을 표시해 왔다.

 우리나라 정부는 마이크론의 D램 업계 제소에 대한 대책마련에 발벗고 나섰다. 외교통상부와 산자부는 “제소 후 20일 이내에 양자 협의를 가져야 하는 WTO 보조금협정에 따라 이르면 이번 주말께 미국정부 측과 만나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 반도체업계 역시 “정부 보조금은 전혀 없었다”면서 마이크론 공세에 적극 대응키로 했다. 

 하이닉스 측은 “하이닉스는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지 않았으며 회사 채무 재조정은 채권단이 시장원리에 입각해 자율적 판단에 따라 진행된 것인만큼 마이크론사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측은 “우리를 보조금을 전혀 받지 않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고 있으며 조사가 들어오면 근거자료를 내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사정이야 어떻든 우리나라로선 미국 마이크론의 이같은 제소는 섭섭하고 야속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D램시장이 불황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통상 문제로 어려움을 가중시킬 필요가 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는 우리의 희망사항일 뿐 무한경쟁이라는 냉엄한 국제경제 질서에서 이같은 온정주의는 통하지 않는다.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세계 무역규범에 기초해 차분하고 합리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충격을 최소화하는 일이다. 감정적으로 대응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D램업체의 보조금 지급 문제에 대한 최종판정이 나기까지는 얼마의 기간이 필요한만큼 이에 대한 준비를 착실히 해 나간다면 우리의 D램 수출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