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가전업체, 특허분쟁으로 몸살.

올들어 중소 가전업계의 특허분쟁이 잇따르면서 특허·실용신안 등 산업재산권 분쟁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구조적 장치가 시급히 마련, 또는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특허소송에서 특허획득 제품이 무효로 판정되는 비율이 40∼50%에 달하는 등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신제품을 개발한 업체가 특허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데다 후발업체들이 특허주장업체의 권리범위를 벗어난 변형(modify) 제품으로 시장에 진입하면서 후발업체간 특허싸움으로 번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분쟁내용도 김치냉장고·화장품냉장고·반찬냉장고·식기세척기·가스보일러 등 가전제품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업체간에 발생하는 특허분쟁은 최소 1000만원 가량의 비용발생을 초래하고 있으며 기업들로 하여금 정상업무 외의 업무에 인적자원을 소모케 하는 한편 영업업무의 지장까지 초래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특허분쟁 현황=연간 1조원 규모의 김치냉장고를 둘러싼 특허분쟁을 시작으로 화장품냉장고·반찬냉장고 등 기능성냉장고업체간 내홍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김치냉장고 1위 업체인 만도공조와 태영전자·센추리간에 지난해부터 끌어온 특허소송은 현재 특허법원에서 본안소송이 진행중이며 이르면 올해안으로 심결이 내려질 전망이다.

 화장품냉장고업계도 세화와 성민테크놀러지가 매직아트를 상대로 특허무효심판 청구소송을 제기해 놓고 있는 가운데 2년간 지루한 소모전을 지켜보고 있다.

 제3의 기능성냉장고로 주목받는 반찬냉장고도 한패상사가 지난 9월 실용신안 특허권을 주장하며 투인정밀을 비롯한 대우전자·하츠 등을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하자 이들 업체도 특허무효심판 청구소송으로 맞대응하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올들어서는 식기세척기·가스보일러 등 생활가전업체로까지 특허전쟁이 확산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동양매직과 파세코가 살수구동부, 집수실 구조 등 식기세척기의 핵심기술에 대한 특허논쟁을 펼치면서 양사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보일러업계의 경우 린나이코리아와 경동보일러가 3년째 특허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달들어 롯데기공과 린나이의 싸움이 또 다시 불거지면서 보일러업체가 싸움이 격화되고 있다.

 ◇발생원인 및 대책=이처럼 신흥시장으로 떠오르는 제품군을 중심으로 특허싸움이 잇따르는 최대원인은 모방제품을 내놓은 후발업체들이 연구개발로 제품을 첫 출시한 업체들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신규 후발업체가 특허침해 여부를 사전에 치밀하게 파악하지 않고 시장에 뛰어드는 행태도 소송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소송에서 특허가 무효심판을 받거나 권리범위가 부실한 특허 및 실용신안을 갖고 있는 특허업체들이 그동안의 소송에서 패소를 당하는 사례를 만들어왔던 것도 한몫했다.

 이는 자연 ‘후발업체의 시장참여→판매금지 가처분소송→특허무효소송’이라는 악순환을 낳는 환경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특허출원 건수기준으로 세계 4위국인 우리나라의 경우 특허심판원 및 특허법원에서 특허가 무효가 되는 비율이 40∼50%에 달하고 있다.

 탑특허사무소의 한 변리사는 “이른바 미 투(me too) 제품을 통해 시장에 무임승차하려는 업체들의 마인드가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전제한 뒤 “특허소송을 진행하기 전에 혈연·지연에 얽매이지 않고 부문별 전문가의 자문을 받는다면 소송비율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