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어 약자를 사용하는 백신관련 제품 출시가 줄을 잇는 가운데 제품명이 같거나 비슷한 것들이 많아 사용자들이 혼동을 겪고 있다. 하지만 영어약자로 이뤄진 제품의 경우 상표등록이 불가능해 업체 역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동안 백신 제품은 안철수연구소의 V3를 비롯해 하우리의 바이로봇, 시만텍코리아의 노턴안티바이러스, 한국트렌드마이크로의 피씨실린 등 저마다 고유한 브랜드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백신 업체들이 데스크톱용이나 서버용 백신, 주로 영어 약자를 사용하는 백신관리솔루션이나 통합PC보안솔루션을 출시하면서 유사 상표가 등장해 혼선을 빚고 있다.
백신관리솔루션의 경우 하우리와 뉴테크웨이브 제품명이 같다. 약자를 풀면 하우리의 VMS(Virobot Management Server)와 뉴테크웨이브의 VMS(Viruschaser Management Server)는 다르지만 보통 약자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사용자 입장에서 착오를 일으키기 십상이다. 여기에 안철수연구소의 백신 사전차단 서비스인 VBS(Virus Blocking Service)까지 비슷해 혼동을 더하고 있다.
안철수연구소와 시만텍코리아의 통합PC보안솔루션 이름도 거의 같다. 오는 12일 출시될 안철수연구소의 통합PC보안솔루션은 ACS(Ahnlab Client Security). 이미 출시된 시만텍코리아의 동종제품은 SCS(Symantec Client Security)로 안철수연구소 제품과 앞 글자만 틀리다.
이에 따라 안철수연구소는 식별력을 높이기 위해 약자와 이를 풀어 쓴 제품명을 붙인 디자인으로 ACS와 VBS의 상표를 출원했다. 하우리는 아직 상표출원 계획이 없는 상태고 시만텍코리아는 본사가 등록한 상표권의 보호를 받는다는 방침이다.
백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백신의 경우 명확히 다른 제품명이 각각 상표로 등록돼 있지만 영어 약자는 특허청에서 상표로 받아주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비슷한 이름이 나오고 있다”며 “같은 이름을 사용하면 선발업체에 비해 후발업체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지만 선발업체 입장에서는 마땅히 이를 막을 방법이 없어 장기적으로는 서로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