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기준 산정문제를 놓고 힘겨루기를 벌이던 홈쇼핑 사업자들이 수수료만 매출로 잡기로 전격 합의했다. 6일 전자상거래 및 통신판매협회(회장 최영재)에 따르면 LG홈쇼핑이 수수료 기준으로 매출을 산정키로 결정한 데 이어 최근 CJ홈쇼핑과 우리홈쇼핑·현대홈쇼핑·농수산쇼핑 등 후발 홈쇼핑 사업자도 이에 동조하면서 오는 2003년부터 홈쇼핑분야 매출은 총액기준이 아닌 수수료기준으로 전면 바뀌게 됐다.
그동안 5대 홈쇼핑 사업자는 내년 회계 산정방식을 놓고 △직거래를 통해 총 매출을 잡는 방법 △수수료만을 매출로 잡는 방법 △직거래와 수수료를 혼합하는 방법 등 세가지를 놓고 고민해 왔다.
특히 주무부처인 금융감독원은 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과 인터넷 쇼핑몰 등 전자상거래 분야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지만 홈쇼핑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지침을 제시하지 않아 홈쇼핑 업계는 회계 산정방법을 놓고 협회 주도로 여러가지 방안을 논의해 왔다.
협회 측은 “회계 산정방식은 개별 업체의 소관이지만 워낙 시장 경쟁이 치열해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며 “최근 직거래 방식과 수수료 방식을 놓고 저울질하던 CJ홈쇼핑이 수수료만을 매출로 잡기로 결정함에 따라 이번에 합의를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CJ홈쇼핑은 내부적으로 수수료로 매출을 집계하기로 합의했으나 그룹 자산규모를 고려해 직거래를 통한 총 매출을 고집한 그룹과의 이견 때문에 조율에 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미 일찌감치 수수료를 기준으로 매출을 잡기로 결정한 LG홈쇼핑에 이어 CJ가 동참하고 여기에 선발업체의 눈치를 보던 후발업체 3사가 합의함에 따라 모든 홈쇼핑 사업자는 내년부터 수수료를 기반으로 매출을 산정하게 된다. 단 외국에서 직수입하는 수입품과 관련해서는 수입가격 전부를 매출로 잡기로 했다.
업체에서는 수수료 기준으로 매출을 산정할 때, 지금까지 매출규모의 50∼60%로 전체 매출이 줄어들지만 협력업체와 이중·삼중으로 잡혔던 매출의 거품이 빠져 회계면에서 현실화되는 등 기업경영에는 더욱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홈쇼핑 업체가 수수료를 기준으로 매출을 잡게 되면 상품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통상 패션·의류 분야는 판매가격의 25∼30%, 식품이나 일반 잡화상품은 20∼25%, 가전이나 PC 등 전자제품은 10∼15%만 매출로 잡히게 된다. 홈쇼핑 5사는 이와 관련, 이미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바뀐 회계기준에 따라 매출 산정방식이나 수수료 책정방식 등을 집중 논의하고 있다.
협회 김윤태 국장은 “홈쇼핑 매출을 수수료로 잡게 되면 전체 시장 규모나 매출은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지만 홈쇼핑 사업을 더욱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며 “당장은 매출이 줄어 피해를 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홈쇼핑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협회는 5개사가 수수료 기준으로 매출을 잡기로 합의함에 따라 이달 중순부터 재정경제부·금융감독원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바뀐 회계기준의 세미나와 심포지엄을 개최키로 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