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본과 함께 세계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시장의 3대 축을 형성하고 있는 대만이 TFT LCD시장의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2분기 말 이후 공급가격 폭락세의 영향으로 위기에 봉착한 대만 주요 TFT LCD업체들이 최근 인수합병(M&A)설에 휘말리면서 세계시장이 구조조정의 급류를 탈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세계 1, 2위 TFT LCD메이커인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는 3위권의 AU옵트로닉스(AUO)가 후발업체를 인수한다면 당장에 선두권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보고, 대만업체들의 M&A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6일 외신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말부터 하락세로 반전한 TFT LCD 공급가격이 성수기인 4분기들어서도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AUO, CPT, 치메이(CMO), 한스타, 콴타디스플레이(QDI) 등 대만의 TFT LCD ‘빅5’ 업체들을 중심으로 짝짓기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세계 3위이자 대만 최대 TFT LCD업체인 AUO가 한스타와 1 대 2 비율의 주식병합 형태로 합병을 할 것이란 설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지난 5일엔 치메이-CPT 합병설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치메이는 콴타와의 합병을 위해 접촉하는 등 대만업체들의 M&A설이 꼬리를 물고 있다. 본지 11월 5일자 30면 참조
대만이 이처럼 M&A바람에 휘말리고 있는 것은 TFT LCD모듈 공급가격(모니터용 15인치 모듈 기준)이 최근 180∼190달러대로 지난 5월에 비해 30% 이상 떨어져 관련기업들의 실적이 급속도로 악화된 데다 5세대 설비투자를 위한 자금조달이 한계에 봉착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만 TFT LCD업계가 어떤식으로든 합종연횡이 이루어질 경우 대만업체들의 생산능력과 시장지배력이 지금보다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여 세계 TFT LCD 시장은 다시한번 구조재편의 바람이 몰아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TFT LCD 시장은 지난 2000년대 초반에도 일본업체들의 몰락 속에서 심한 구조조정기를 겪은 전례가 있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지는 합병설만 무성하지만 세계 TFT LCD 시장동향과 대만업체들의 현실적 여건을 종합해 볼 때 후발 한 두개 업체 정도는 선발업체에 인수될 가능성이 높다”며 “M&A가 성사된다 해도 얼마만큼의 시너지효과가 날지는 미지수지만, 삼성전자-LG필립스 양강 구도가 AUO를 포함한 ‘빅3’ 구도로 새롭게 재편될 가능성은 높다”고 진단했다.
한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 2분기 현재 대만 TFT LCD업계에선 AUO가 12.1%의 세계 시장 점유율로 세계 3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CPT 5위(7.0%), 치메이 8위(5.0%), 한스타 9위(4.4%), 콴타 10위(3.8%) 등의 순이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