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 5일 이틀간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 정상회의’는 현재 아시아에 불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 열기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였다.
회의 첫날인 4일 중국은 아세안과 자유무역지대 창설을 위한 기본협정에 전격적으로 합의했다. 다음날인 5일에는 일본도 아세안과 자유무역지대 창설을 목표로 하는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 중국과 일본은 이번 회의를 ‘FTA 짝짓기용’으로 최대한 활용한 셈이다.
하지만 한국은 난항 끝에 타결된 칠레와의 FTA 협상 후속작업과 일본과의 FTA 공동연구에 주력 중인 나머지 아세안 국가들과의 FTA 협상에는 기회를 잃었다는 분석이다. 이번 회담에 참석한 김석수 국무총리가 한국·아세안 FTA 추진 검토 의사를 밝히는 등 몇 차례 ‘러브콜’을 보냈으나 중국·일본과 같은 가시적 성과는 없었다.
특히 현지 외신에 따르면 김 총리는 각국 정상과의 회담에서 “한국과 아세안은 농업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FTA를 체결할 때가 아니다”고 언급, 참석한 아세안 정상들을 어리둥절케 한 것으로 전해졌다.
KOTRA가 최근 싱가포르·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 등 아세안 주요 4개국에서 우리나라 상품과 중국 제품의 경합 동향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45개 품목에서 우위를 지키고 있으나 51개 품목에서 이미 중국에 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경합을 벌이고 있는 주요 IT제품 등 29개 품목 역시 중국에 곧 우위를 뺏길 것으로 우려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이 화교권이 대부분인 아세안과 FTA로 묶인다면 아시아권에서 한국 상품의 입지가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 이미 싱가포르와 FTA를 체결한 일본 역시 중국 못잖은 위협이다. 아세안 각국에 풀려 있는 자본의 상당량이 일본에서 유입된 것이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정인교 FTA연구팀장은 “이미 연구단계에 있는 일본과의 FTA작업을 가속화하되 아세안·중국 등 타경제권과의 협상도 순차가 아닌 ‘동시’의 개념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