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음악시장에 러시아 돌풍이 일고 있다.
러시아 음반은 물론, 공연도 쉽게 눈에 띈다.
볼쇼이 합창단이나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은 그렇다치더라도 근 한달 사이에 피아니스트 미하일 페투호프와 데니스 마추예프가 한국을 다녀갔다. 안나 게르만, 류드밀라 센치나, 파크무토바 등 러시아 음반들도 잇따라 소개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딱히 뭐라고 꼽을 수는 없지만 전문가들은 여러가지 이유를 든다.
첫째는 정서적으로 러시아와 한국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이유를 꼽곤 한다. 광활한 러시아 대륙의 정기가 우리나라의 매서운 겨울날씨와 어울리는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러시아의 우울한 분위기가 우리네 고유정서인 ‘한’과 일맥상통한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차이코프스키는 전세계적으로 추앙받는 음악가지만 특히 국내 팬들이 많은 것은 이를 입증한다.
음악 장르도 다양하다. 이 때문에 선택의 폭이 넓은 것은 물론이다. 러시아 음악이라고 하면 시대적으로 대·소(大小) 러시아 민족의 음악, 러시아 제국시대 음악, 소련시대 음악으로 구분될 정도로 다양한 색채를 갖고 있다.
아울러 비즈니스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러시아의 경우 서유럽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음원을 구입할 수 있다. 저작권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보통 녹음연도가 50년을 넘으면 저작권이 자동으로 소멸되는데, 러시아에서는 저작권 문화가 정착돼 있지 않아 저작권이 소멸된 음반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신나라뮤직의 박은식씨는 “러시아는 음악수준이 뛰어난 데 비해 상업화돼 있지 않다”고 단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러시아 음악은 세계적인 수준의 실력을 자랑한다. 걸출한 음악가가 다수 배출된 것만 봐도 러시아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다. 매서운 바람이 부는 겨울날, 러시아 음악으로 울적함을 달래며 생각에 젖어보는 것도 괜찮은 ‘겨울나기’가 아닐까.
마침 신나라뮤직에서는 오는 12일까지 내한공연을 갖는 러시아 볼쇼이 합창단의 내한공연을 기념해 특별히 ‘The Bolshoi Chorus’ 음반을 제작했다. 총 2장의 CD로 구성됐는데 첫번째 CD에는 러시아 민요와 로망스를, 두번째 CD에는 국내 가곡 14개곡을 수록했다.
볼쇼이 합창단은 러시아 최고의 합창단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들의 음반은 이렇다 할 만한 것이 없다. 러시아의 정치·사회·문화적인 구조도 그렇고 볼쇼이 합창단 내부의 재정여건 탓도 있다. 이런 제반상황을 고려하면, 이번에 발매된 앨범은 볼쇼이 합창단의 아름다운 화음을 오랫동안 향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첫번째 CD에는 ‘아무르강의 잔물결’ ‘칼린카’ ‘카츄샤’ ‘바이칼호 너머 황량한 벌판을 따라’ 등 러시아 민요 및 로망스 14곡이 수록돼 있다. 두번째 CD에는 여기에 필적할 만한 국내 가곡이 들어있어서 러시아 음악과 비교하면서 들어봐도 재미있다.
러시아 로망스계의 신데렐라로 통하는 류드밀라 센치나의 앨범도 국내에 소개돼 있다.
류드밀라 센치나는 탁월한 감정표현과 꾸밈없고 청아한 목소리로 ‘살아있는 노래’의 진수를 들려주기로 유명하다. 안나 게르만이 원숙하고 유려한 멋을 풍기는 한국의 ‘패티 김’이라면 류드밀라 센치나는 청아함 그대로인 ‘양희은’에 견줘지는 인물이다.
이번 앨범에는 ‘향기로운 하얀 아카시아 한아름’ ‘신데렐라’ ‘아이들이 자고 있어요’ ‘그대는’ 등 15곡이 수록돼 있다.
굿인터내셔널이 모노폴리 레이블로 발매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전곡집’도 러시아 음악으로 대표적인 음반이다. 라흐마니노프가 직접 작곡하고 연주한 피아노 협주곡 전곡집을 CD 2장으로 묶은 것으로 러시아 후기 낭만주의를 계승한 위대한 작곡가이자, 한시대를 최고의 인기로 보낸 20세기 최고의 거장이 펼치는 화려한 피아니즘의 세계를 동시에 엿볼 수 있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