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음악팬들은 거의 듣지 않지만 과거에는 영미 팝송에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던 것이 프랑스 샹송이었다. 국내에서도 에디트 피아프, 이브 몽탕, 쥘리에트 그레코, 실비 바르탕 등의 노래는 두세곡쯤은 꿰어야 음악을 안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다. ‘눈이 내리네(Tombe la neige)’로 유명한 아다모는 히트 레퍼토리가 비틀스에 버금갔다.
70년대까지 미국과 영국도 결코 샹송을 무시하지 못했다. 프랭크 시내트라의 ‘My way’가 샹송을 영어로 부른 곡이라는 사실부터 그렇고, 에디트 피아프의 ‘장밋빛 인생(La vie en rose)’이나 자크 브렐의 ‘가지 말아요(Ne me quitte pas)’는 영미 가수들이 앞다퉈 불렀다. 하지만 80년대부터 샹송은 팝의 위력적 마케팅에 밀려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렇다고 샹송의 맥이 끊긴 것은 아니다. 샹송을 널리 알리려는 프랑스의 노력은 여전하다. 그 결과 마침내 프랑스가 자랑하는 이 시대의 샹송 스타가 나왔다. 한때 국내에 화장품 CF 모델로 활약해 섹시한 외모로도 널리 알려진 파트리샤 카스(Patricia Kaas)가 그 주인공이다. 제목은 정확히 몰라도 그녀의 노래 ‘나만의 남자(Mon mec a moi)’ ‘케네디 장미(Kennedy rose)’의 멜로디는 우리 대중들에게도 꽤나 친숙하다.
파트리샤 카스의 매력은 허스키하면서도 폭발적인 가창력에 있다. 무대에서 뿜어대는 열정과 파괴력은 셀린 디온마저 압도한다. 그리하여 ‘제2의 에디트 피아프’와 ‘샹송의 새 여왕’이란 별명을 얻었다. 실제로 그녀는 프랑스에서 에디트 피아프, 이브 몽탕, 쥘리에트 그레코를 잇는 샹송의 ‘새로운 대사(nouvelle ambassadrice)’ 역할을 공식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런 저런 화제로 인해 과거와는 달리 샹송 듣기에 소극적인 국내 음악팬들이 90년대에도 그나마 샹송을 접하고 알게 된 것은 그녀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94년 그녀가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가진 첫 내한공연은 객석 전석이 매진될 만큼 성황을 이뤘다.
파트리샤 카스가 오는 11월 17일과 18일 이틀간, 8년 전과 같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두번째 내한무대를 갖는다. 팬들의 관심은 벌써부터 대단하다. 이번 공연은 곧 출시될 그녀의 새 앨범 ‘Piano bar’를 알리기 위한 유럽·아시아 순회공연의 일환이다.
신보의 수록곡과 쟁쟁한 히트곡은 물론이고 ‘Ne me quitte pas’와 ‘고엽(Les feuilles mortes)’ 등 고전적 샹송을 영어로 부를 것이라고 한다. 특유의 폭발력에서 벗어나 차분한 곡조에 중점을 두면서 새로운 면모를 부각시키는 것이 이번 무대의 핵심이라는 소식이다.
파트리샤 카스는 샹송을 프랑스 음악이 아닌 세계인의 음악으로 승격시키고자 한다. 여러 다른 장르와 섞여 ‘평균치 흡인력’의 음악을 만들어내 샹송이 과거에 누렸던 영광을 탈환하려는 것이다. 샹송의 미래를 말해주는 바로미터인 파트리샤 카스가 한국에 온다.
임진모(http://www.iz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