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모자이크/스티븐 홀츠먼 지음/이재현 옮김/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전통적인 가치는 더이상 적용되지 않는다. 완벽한 디지털 재생산 시대에 원본은 어떤 것이고 위조품은 어떤 것인가. 수많은 소스를 조합해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변경하고, 품질 손상없이 복제한 이미지의 진품성을 인간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가.’
미국의 웹서칭툴 개발사인 퍼스펙타의 회장 겸 CEO인 스티븐 홀츠먼이 저술하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이재현 교수가 번역, 커뮤니케이션북스가 펴낸 ‘디지털 모자이크’는 책표지에 이같은 문구를 새겨 넣음으로써 디지털세계와 예술세계의 새로운 미학을 다루고 있음을 암시한다.
디지털 문법으로 창조되는 새로운 예술형식과 사유방식을 탐구하고자 한 이 책은 우리의 디지털 언어와 아날로그 언어의 결정적 이치를 확인시켜 줌으로써 우리의 전통적 인식과 개념을 송두리째 뒤집어 놓고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가 주장하는 디지털세계의 구조는 모자이크다. 모자이크 구조가 바로 현실세계에서는 결코 발견할 수 없는 디지털세계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디지털세계와 기존세계는 본질적으로 단절적이라고 본다. 기존의 문화형식에서 흔히 보이는 재목적화나 데스크톱 은유로 대표되는 인터페이스의 모습들은 과도기적인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책은 디지털세계를 소개하는 1부와 사례중심으로 짜여진 2부 및 ‘뒤돌아보지 마라’는 제목의 결론으로 구성돼 있다.
총 5장으로 구성된 1부에서는 멀티미디어를 통해 접하게 되는 디지털세계를 연결망의 세계, 소프트웨어의 세계, 움직임의 세계 등 네가지 세계로 구분해 놓고 있다.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네트워크세계에 대한 여행 가이드 및 현실의 세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디지털세계만의 고유한 표현 양식을 프랙털 작품들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또 간단한 규칙을 통해 진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가상 객체들의 세계와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가상 객체들의 움직임을 어떻게 구현하고 있는지도 설명해 주고 있다.
특히 5장에서는 미래의 멀티미디어 모습을 텍스트 영상과 사운드 등 가능한 모든 미디어 표현 양식이 만들어내는 디지털세계를 표현한 ‘고스트댄스’를 통해 사이버스페이스 미학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미디어는 메시지’라는 맥루한의 명제를 제목으로 삼은 2부에서는 다분히 이론적이지만 충실한 사례를 담고 있어 딱딱하기보다는 오히려 재미있다. 디지털 세계의 특성을 디지털 표현주의라는 관점에서 설명하고, 가상 조각품의 제작과정에 대한 사례를 중심으로 디지털세계의 본질을 밝혀내고 있다. 또 디지털의 한계라는 주제로 현재의 디지털 기술이 갖는 한계가 디지털 미학으로 간주되는 사례들을 애니메이션, 영화, 컴퓨터게임 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이를 통해 제시된 이론들을 정리한다.
‘뒤돌아보지 마라’는 제목의 결론에서는 ‘미래의 디지털세계는 현재의 현실세계나 가상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표현양식의 세계’라는 독자의 생각을 그대로 표현해주고 있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