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DVD포럼 `AOD 포맷` 지원 결정

 DVD포럼의 도시바·NEC 진영 지지의사 표명으로 도시바·NEC 진영과 소니·필립스 진영으로 나뉘어 경쟁해온 차세대 광디스크 시장구도에는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두 규격간 통합은 완전히 물건너 가게 됐다. DVD포럼측도 이번 발표를 계기로 블루레이 디스크(Blu-ray Disc)와 AOD(Advanced Optical Disc)간 단일화 노력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포럼은 양 규격간 차이가 너무 커 통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일방의 손을 들어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도 진작부터 저장용량 등 여러가지 차이를 들어 규격 통합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해왔다. 예컨대 블루레이 디스크는 한 면에 27Gb를, AOD는 20Gb를 저장한다. 또 블루레이 디스크 규격은 디스크 보호용 카트리지가 필요하지만 AOD는 그렇지 않다. 이밖에도 기존 DVD와 호환성 여부도 차이가 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충분히 예견된 상황이기는 해도 이번 두 진영간 분열로 차세대 광디스크 보급은 당초 가전업계의 기대만큼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두 규격간 통합이 어려운 상황인 만큼 향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승부는 얼마나 많은 업체들을 자신의 진영으로 끌어들이는지에 달려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각 진영도 이같은 노력을 계속할 것으로 관측된다. 단기간에 우위가 판가름날 것으로는 예상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까지는 블루레이 디스크가 앞서왔다. 지난 5월에 이미 규격이 공개됐고 업체들을 대상으로 규격이 제공되고 있으며 기술 라이선스도 조만간 공여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번 DVD포럼의 지지발표로 200개가 넘는 관련 업체들이 속해있는 DVD포럼의 지지를 받는 도시바 진영에 유리하게 반전됐다. DVD포럼이 갖는 업계내 위상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포럼 설립을 주도한 업체들로는 도시바·NEC는 물론 경쟁 진영인 소니·마쓰시타·필립스·톰슨멀티미디어·파이어니어·히타치 등을 비롯해 미쓰비시전기, 엔터테인먼트 업체인 미국 타임워너 등을 들 수 있다. 또 소프트웨어 업체와 DVD 업체들도 발을 들여놓고 표준 및 기술 등 DVD와 관련한 제반 개발을 주도해왔다.

 그동안 도시바 진영은 소니 진영에 비해 규격발표 등 시작은 늦었지만 DVD포럼을 중심으로 착실하게 업체들을 포섭해왔다. 이번 DVD포럼의 지지 발표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두 규격 가운데 어떤 규격이 앞으로 산업표준으로 확립될 것인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제 겨우 출발선에 선 수준이기 때문이다.

 차세대 광디스크 규격을 둘러싼 경쟁은 차세대 DVD용 리코더가 본격 출시되는 오는 2004년부터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때가 되면 제품가격이 시장성패를 가름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기존 DVD리코더 시장을 예로 들고 있다. 지난 99년 마쓰시타와 도시바가 DVD RAM을, 파이어니어와 샤프가 DVDRW를 각각 시장에 내놓았다. 시장은 8대2로 마쓰시타·도시바의 우위로 나타났는데 이것이 가격 때문에 가능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가격 자체가 차세대 DVD시장 개화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초의 소비자용 차세대 DVD리코더 가격은 300만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가 장착된 현재의 DVD리코더 가격 100만원에 비하면 엄청나게 비싸기 때문이다. 이 같은 차이는 소비자로 하여금 새로운 매체로 바꾸게 하는 데 망설이게 할 것이고 잘못하면 시장 개화마저 어려워질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밖에 전문가들은 차세대 DVD의 보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영화를 편리하게 저장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개발도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