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토피아>나는 위대한 과학자보다 신실한 크리스천이고 싶다

 △나는 위대한 과학자보다 신실한 크리스천이고 싶다./정근모 저/국민일보 펴냄

 과학을 하는 사람들이 범하기 쉬운 가장 큰 오류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역사에 획을 그을 위대한 업적을 남기겠다는, 포부를 넘어선 지나친 망상에 사로잡히는 일일 것이다. 과학에 대한 서적을 접하다보면 때로는 한 개인이나 그 업적을 칭송한 나머지 진실이 왜곡돼 마치 하나의 발견이 그 과학자의 전 인생과 나아가 동시대인을 통틀고도 남을 가치를 갖는 것으로 미화시키는 경향을 보게 된다.

 역사는 수많은 점과 같은 개개인의 인생이 함께 어울려 그려진 점묘화 같은 것이고 그 중 과학자라 불리는 작은 점들도 거기에 일조를 한 것이지, 결코 한두 명의 개인이 세계를 움직여온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읽은 위인전을 통해 과학자라는 것에 대해 막연한 동경을 한다.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에서 질량측정을 발견했다거나, 사과가 떨어지는 광경을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터득했다는 식의 극적인 내용을 크게 부각해 그들의 천재성에는 관심을 갖지만 평생토록 성실하고 집요하게 연구했던 그들의 삶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나는 위대한 과학자보다 신실한 크리스천이고 싶다’는 저자 자신의 일생을 공개한 책이다. 원자력공학자며 우리나라 과학기술처장관을 지낸 화려한 타이틀 이면에 있는 저자 삶의 진솔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그리고 한 개인으로서의 약한 면들. 다시말해 누구나 갖고 있는 삶의 무게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책에서 오히려 위인전이나 자서전에서 느끼지 못한 따뜻한 감동을 받게 된다.

 입시철이면 이리저리 몰리며 갈 길을 찾는 학생들을 보며, 내 꿈은 과학자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어린아이들을 보며,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노벨상을 배출하기 위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소리를 들으며 궁금해지는 것은 과연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한 ‘과학자’의 이미지는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그것이 에디슨이건 혹은 영화 ‘백 투더 퓨처’에 나오는 박사건 상관없이 분명한 것은 그들도 약한 사람이란 것이다. 개인들의 약점과 상처, 고민을 안고 그 가운데 훌륭한 업적도 함께 공존해왔다는 사실을 우리는 종종 잊는다.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것은 광인에 가까운 기인으로서의 과학자가 아니라, 인격적이고 겸손히 노력하는 진정한 과학자의 모습을 보여줄 모델이 아닐까 싶다. 순수한 인간으로서의 훌륭한 과학자의 모델을 보여주는 더 좋은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그래서 과학자에 대한 이상한 환상을 깨고 연구에 열심히 정진하는 진정한 과학자가 많이 배출되길 바란다.

 <연세대 강문기 교수 mkang@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