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 A. L. 바라바시, 강병남·김기훈 역, 동아시아 펴냄
- 스카이KBS 금동수 사장(ceo@skykbs.co.kr)
자연과 경제·사회현상의 기본 원리를 규명하고자 해왔던 20세기 실용학문의 화두는 ‘단순화’였다. 이것은 자연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그것의 구성성분을 해독해야 하고, 각 부분을 이해하게 되면 전체를 이해하기 훨씬 쉬워질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생명을 이해하기 위해 분자와 원자를 규명하고, 복잡한 인간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개별 유전자를 연구하도록 이끌었다. 하지만 환경파괴 등 더이상 기존 이론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부닥쳤고, 하나의 전체로서의 자연을 이해하는 데 새로운 학문적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97년께 복잡한 체계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복잡계(system of complexity)’ 이론이 등장하고 이에 맞춰 복잡계 경제·경영 이론서들이 붐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A L 바라바시가 지은 ‘링크’는 복잡계로부터 한발 더 나아가 복잡한 사회현상의 이면에 감춰진 네트워크를 규명하고, 무질서한 현상 속의 질서를 찾게 만들어준다. 저자는 물리학자였으나 복잡계 네트워크이론의 창시자이자 권위자다. 그가 주창한 네트워크이론은 과학뿐만 아니라 경제학·사회학·정치학·인문학·의학·공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 폭넓게 응용되고 있는데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사회현상의 명쾌한 통찰력에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이 책은 2002년도에 세계 출판계에서 출간한 교양과학 저작물 중 최고의 저작으로 꼽힌다.
그는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참석하는 칵테일 파티에서 사람 상호간의 의사소통 경로가 네트워크로 연결되면서 모든 사람을 다 만나지 않고도 정보가 모두에게 유통된다는 원리를 설명하면서 무작위의 세계를 이해하도록 했다. 사람과의 링크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명쾌하고 간단했다. 그는 이 세상의 40억 인구 중 임의의 한 사람과 연결하려 할 때 우리는 여섯 명의 사람만 통하면 가능하다는 논리를 보여주면서 이를 ‘여섯 단계의 분리’라는 원칙으로 명명했다. 다시 말하면 여섯 사람만 통하면 이 세상 누구와도 접촉이 가능하다는 논리로 세상은 넓지만 우리는 정말 ‘좁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터넷이 전세계의 컴퓨터를 연결해 놓은 커다란 그물망이지만 우리가 그 그물망(네트워크)에서 필요한 고기를 잡기 위해서 연결된 컴퓨터를 모두 뒤지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인 것이다. 인터넷의 검색엔진인 야후나 구글을 이용하면 모든 사이트를 다 방문하지 않고 단 몇 번의 클릭으로 우리가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것은 40억명을 다 만나지 않고 단지 6명을 통해서 원하는 사람과 연결되는 원리와 다르지 않다. 이 원리가 바로 네트워크에서 링크와 노드의 활용이다. 이런 검색 엔진이 네트워크의 허브 구실을 하고 항공교통 노선에서도 허브 공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것과 같은 이치다.
네트워크의 위력을 인식하지 못한 사례로 타임워너가 있다. 10여년 전에 인터넷 인프라에 단돈 500만달러를 투자하지 않아서 2000년에 150억달러를 들여서 아메리카온라인(AOL)을 인수합병해야 했다. 네트워크가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경영의사결정인 것이다. 모든 기업들도 각종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경영의사결정 네트워크, 판매망 네트워크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나무(tree)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의사결정 네트워크가 나무구조로 돼 있고 그 정점이 CEO라면 모든 정보는 그에게로 집중되고 최고의 책임을 가진 허브가 된다. 이 허브가 망가질 때 그 네트워크는 기능하지 못하고 그 네트워크는 경직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네트워크는 그 기능을 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물망 또는 거미줄 구조를 이루는 것이 좋고 많은 허브를 갖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저자의 높은 통찰력과 지식의 해박함도 있었지만 그의 이러한 연구가 자기 혼자만의 업적이 아니라 한국인 과학자 정하웅 박사의 도움이 지대했다는 솔직한 고백이 정말 마음에 들었고 우리의 유능한 학자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눈부신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뿌듯하게 생각하게 됐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