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첨단의 상징인 ‘벤처기업’의 이면에는 땀흘리며 일하는 IT인이 있다. 이들은 경제성장의 엔진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IT인들은 빌딩증후군·VDT증후군 등과 같은 신종 산업병에 시달리고 있다. 본지는 건강상의 자각증상을 체크하기 위해 의료컨설팅업체인 하스엠의 협조를 얻어 IT인 100명(남 50·여 50)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총 4회에 걸쳐 IT인이 느끼는 증상과 사례를 제시하고 그 원인과 치료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IT인 중 대다수가 빌딩증후군으로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빌딩증후군이란 특별한 원인이 없는데도 머리가 아프거나 어지럽고 눈·목 등의 점막이 따갑거나 시큰거리는 것을 말한다. 또 알레르기성 비염, 메스꺼움, 전신피로,, 건조한 공기로 인한 부스럼이나 피부 가려움증 등 각종 신체적 징후가 나타난다. 그 외에 의욕상실·불쾌감·기억력 감퇴 등 정신적 증상까지 동반하게 된다.
이번 조사결과 상당수가 이미 빌딩증후군 증세를 앓고 있었다. 빌딩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인 두통을 호소하는 응답자가 절반(56%)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어 ‘집중력과 기억력이 감퇴한다(54%)’ ‘눈·코·목 등 점막이 건조하거나 따갑다(34%)’ ‘무기력하고 전신피로감을 느낀다(38%)’ 등 순으로 조사됐다.
또 비염이나 코막힘 등 알레르기 증상을 호소한 사람은 24%, 속이 메스껍고 더부룩한 증상에도 22%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에어컨으로 인한 냉방병에 걸린 적이 있다’고 답한 사람도 44%에 달해 IT인들의 건강상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IT인들이 빌딩증후군에 시달리는 것은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일할수밖에 없는 그들만의 직업적인 특성탓이다. 조사결과 하루평균 근무시간이 8시간 이하인 경우는 단 6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92명은 근로기준시간인 8시간을 초과해 최고 12시간 이상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3∼4일 야근(28%)’ ‘거의 매일 야근(30%)’ 등 과반수 이상이 주중에 야근을 자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무실 환경도 빌딩증후군 증상을 부추기고 있다. ‘곳곳에 먼지가 쌓여 있다(54%)’ ‘중앙 냉난방으로 온도조절이 어려워 춥거나 덥다(52%)’ 등 문항에 절반 이상이 그렇다고 답해 사무실내 작업환경에 큰 불만을 나타냈다.
이같은 빌딩증후군의 원인은 밀폐된 공간에서 공기순환이 잘 되지 않아 산소가 부족하고 오염된 공기가 내부순환만 반복하기 때문이다. 또 실내온도와 습도가 우리 몸의 생리와 맞아떨어지지 않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특히 담배연기, 먼지, 환기부족, 복사기 등에서 나오는 휘발성 오염물질(포름알데히드), 석면, 라돈가스 등 화학물질과 각종 전자파가 원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보다 심각한 문제점은 상당수 IT인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것이다. 또 바깥바람을 쐬면 저절로 낫는 경우가 많아 대다수는 특별히 치료를 받거나 환경을 바꾸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증상이 장기간 지속될 때는 기관지 천식·알레르기성 비염·폐렴 등과 같은 심각한 만성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의사들은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빌딩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선 사무실 온도를 16∼20도에, 습도는 40∼60%에 맞추는 등 최적의 실내조건을 유지해야 한다.
또 2∼3시간마다 창문을 열어 신선한 공기를 마셔야 한다. 사무실 구석구석에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틈틈이 청소하고 실내에선 금연해야 한다. 가습기·어항 등을 이용해 일정한 습도를 유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선병원 가정의학과 김미연 과장은 “날씨가 추워지면서 환기를 자주 하지 않아 실내공기가 탁하고 건조해져 빌딩증후군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채광이나 온도·습도 등 근무환경을 자연에 가깝게 조절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강조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