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트렌드는 앞서가지만 시장의 본류는 다르다.’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각)부터 7일까지 프랑스 파리의 파리노르드빌레핑전시장에서 열린 IC카드 분야의 세계 최대 이벤트 ‘카르테2002’에서는 한국 IC카드업계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 세계적으로 IC카드시장은 유럽식이동전화(GSM) 환경의 가입자인증모듈(SIM)시장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 참여한 솔루션업체 상당수가 SIM카드시장에 몰려 있다는 점도 한국과는 다른 시장 상황을 반영하고 있었다. 세계적인 시장 동향과 이번 행사의 특징, 향후 국내 업계의 대응전략을 이번 카르테를 통해 결산해본다.
◇시장 동향=IT 경기침체와 GSM사업자들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SIM카드는 여전히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시장이다.
SIM카드공급업체인 슐렘버저세마에 따르면 지난해 잠시 주춤하던 SIM시장이 올해 13% 가량 성장한 4억5000만장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오버더는 15% 정도 신장할 것으로 내다봤고, 특히 내년에는 22%가 급상승한 5억5000만장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SIM카드용 애플리케이션이 증가하면서 32 및 64 급 등 고급형 제품의 대체수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분야에서는 EMV카드 위주로 꾸준히 시장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21% 신장한 전체 발급규모는 올해 25% 더 늘어 총 1억8100만장 가량이 신규보급될 전망이다. 특히 EMV카드는 유럽권을 중심으로 영국·프랑스·브라질·한국이 주요 시장으로 꼽혔다. 전자지갑·온라인뱅킹·전자인증·로열티 등 다기능카드의 요구가 점증하면서 수요를 뒷받침할 것으로 예측됐다.
◇행사의 특징=IC카드시장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행보도 이 같은 시장 흐름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추세였다. 세계 5대 SIM카드(웨이퍼)공급업체 중 하나로 부상한 삼성전자는 정체된 시장을 타개하기 위해 32 및 64 급 고급형 제품을 전략적으로 육성 중이다.
현지에서 만난 정칠희 상무는 “차기 수종사업으로 꼽고 있는 32 , 64 급 시장에서는 더 큰 가능성을 보고 있다”면서 “금융용 칩카드(EMV)시장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IC카드시장의 본격적인 토대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인 카드공급업체와 제조·발급장비업체들이 차세대 솔루션으로 스마트카드관리시스템(SCMS)에 집중하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IC카드 발급 규모가 대중적 기반을 형성하면서 이제는 서비스·고객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될 것이라는 전망 덕분이다. 국내에서는 하이스마텍과 스마트카드연구소가 SCMS 분야에 먼저 뛰어들면서 해외 업계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세계적인 카드 브랜드인 비자·마스터의 무선지불결제 전략도 빼놓을 수 없는 흥미거리다. 이 분야에서 고주파(RF)·적외선(IR) 방식의 기술표준을 주도하고 있는 비자는 ‘제이콥30’이라는 기술규격을 SK텔레콤과 공동으로 선보였다. 제이콥30은 모네타플러스가 채택한 16 급 플러그인 자바 콤비카드다.
◇대응전략=이번 ‘카르테2002’에 참가한 국내 업체들은 그동안 축적한 기술력에 크게 고무되면서도 앞으로 남은 과제가 적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수출경쟁력이 충분한 칩카드·단말기 등 전통적인 분야에서 여전히 국내 업계가 소외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스마트카드연구소 천보화 이사는 “출품업체가 13개나 참여하는 등 규모나 질적인 측면에서 해외업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면서 “전문전시회가 수출의 기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한국관 신설 등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파리=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