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바이오파크’ 사업이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그동안 미국 현지 부지 물색 등에 나서면서 한가닥 희망을 걸었던 바이오업계는 이 사업이 예산문제로 물거품이 되자 “우려했던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며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업계는 이번 일로 정부의 생명기술(BT) 육성정책은 사실상 전시행정으로 끝나고 말았다며 크게 실망하는 분위기다.
◇왜 무산됐나=지난 2001년 말 산자부와 전경련, 바이오벤처협회는 바이오산업 육성과 글로벌화를 위해 첨단 바이오산업의 메카인 미국에 코리아바이오파크를 구축키로 했다. 정부와 민간에서 각각 100억원씩 매칭자금을 조성해 추진하려던 이 사업은 정부가 당초 계획했던 1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난항을 거듭해 왔다.
산자부는 당초 2002년 예산을 통해 100억원을 지원할 방침이었으나 샌디에이고 부지와 건물계약이 막바지에 이른 단계에서 지원이 여의치 않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여왔다. 대신 산자부는 내년 예산에 코리아바이오파크 관련 예산 100억원을 책정했으나 그나마도 기획예산처에 의해 삭제되고 말았다. 이유는 타 부처에서 설립한 해외거점센터들이 유명무실하다는 것이었다.
산자부 관계자는 “미국 내 바이오 거점을 설립하는 사업의 중요성은 알고 있으나 정통부의 아이파크 등이 제구실을 못하면서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실토했다.
내년에도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알려지면서 전경련측도 경기침체 등을 이유로 100억원의 자금을 출자할 수 없다며 방향을 선회했다.
바이오벤처협회도 정부가 예산확보 문제로 갈팡질팡하자 독자적인 북미 진출을 모색해 왔다.
◇전망=코리아바이오파크 사업이 무산됨에 따라 제약기업과 바이오벤처기업들은 그동안 미뤄온 미국 진출을 독자적으로 추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벤처협회는 벤처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소규모 거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협회는 이를 위해 샌디에이고에 버금가는 바이오집적지를 중심으로 센터설립 방안을 타진중이다. 이를 위해 협회는 그동안 미주리와 메릴랜드, 버지니아 등 미국 주정부의 각종 세제혜택과 R&D 네트워크를 비교 분석해 왔다.
최근 협회는 미국립보건원(NIH) 근처에 위치한 버지니아주와 거점 설립을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어 주목된다. 미국 동부에 위치한 버지니아주는 샌디에이고에 비해 물가가 80% 수준에 불과하고 서부의 실리콘밸리에 이어 동부를 대표하는 실리콘 도미니언이란 별칭으로 새롭게 떠오르는 지역이다.
민간 차원에서 100억원을 조성하려했던 전경련 생명산업위원회는 대기업들의 자금출자가 어려워지자 해외거점사업을 사실상 접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은 해외사업 대신 바이오벤처기업과 대기업간의 네트워크를 지원하고 공동연구개발 사업을 막후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제=코리아바이오파크 설립 무산으로 산업계는 정부의 BT산업 육성의지에 강한 불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동안 산자부를 비롯한 과기부, 복지부 등은 BT산업을 차세대 전략사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밝히며 BT주도권 잡기에 혈안에 돼 왔다.
그러나 업계는 정부의 지원책이 한마디로 ‘빛좋은 개살구’였다는 반응이다. 실질적으로 기업에 돌아가는 헤택은 전무하고 백화점식으로 정책만 나열해 놓았다는 것이다.
바이오벤처기업의 한 관계자는 “최소한 10년 이상의 투자를 통해 성과를 거두는 바이오산업을 위해 정부가 한 일이라고는 전시행정뿐이었다”면서 “정부가 생명기술산업을 차세대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목소리 행정보다는 업체의 피부에 닿는 정책을 수립하고 펼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