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이 제3차 남북경협추진위원회에서 오는 12월말 개성공단을 착공하고 경의선과 동해선의 연결지점을 잡기 위한 공동측량을 이달 중에 실시키로 했다. 또 제4차 남북경협추진위원회는 내년 2월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남북한 대표단은 지난 9일 밤 평양 고려호텔 2층 회담장에서 제3차 남북경협추진위원회 전체회의를 갖고 향후 남북경협의 구체적 일정을 담은 이같은 내용의 6개항 합의문을 발표했다.
◇주요 합의 내용=남북한은 우선 경의선 철도·도로를 개성공단에, 동해선 철도·도로를 금강산지역에 각각 연결해 금강산 관광을 활성화하고 개성공단 건설을 진척시키기로 합의했다. 또 철도·도로 연결을 위한 실무접촉은 이달 중순 금강산에서 갖기로 하고, 연결즉시 남한과 북한간 통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데 주력키로 했다.
개성공단과 관련, 북한은 이달 중순 개성공업지구법을 공포하기로 했다. 남한은 이른 시일내에 필요한 기반시설 건설을 상업적 방식으로 추진키로 했다. 당국간 실무접촉도 12월 초 갖기로 했다. 이와 함께 남북경협의 제도적 보장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경제협력제도실무위원회는 다음달 서울에서 개최해 통행, 원산지 확인 등의 문제를 협의하는 한편, 남측 경제시찰단의 북측 방문도 추진키로 의견을 모았다.
남북한은 또 양측 민간 선박의 상대측 영해통과와 안전운항 등 해운협력에 관한 합의서 채택을 위한 실무접촉을 오는 19일에, 북측 동해어장 이용에 관한 실무접촉은 빠른 시일내에 금강산에서 갖기로 했다.
◇의미와 전망=핵개발 파문으로 북한과 미국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평양에서 열린 제3차 남북경협추진위에서 남북 양측은 △철도와 도로연결 △개성공단 조성 △공동어로와 상대측 해로 이용 등 남북경제공동체 건설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합의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핵 문제’는 원론적 언급에 그쳤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이번 회담이 6·15선언의 이행정도를 한단계 높이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제2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와 이달 초 북측 경제시찰단 방한 이후 남북경제협력사업이 진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게다가 북한의 경제시찰단 방한에 따른 후속작업으로 조만간 북측은 실무자급으로 구성된 시찰단을 남측에 파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남북경협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회담에서 개성공단을 12월 하순에 착공한다고 명시한 것은 남북경제협력이 한단계 발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북측은 이를 위해 개성공업지구특별법을 이번 주중 남측의 국회격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 의결해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 800만평, 배후도시 1200만평 등 총 2000만평으로 계획된 개성공단은 3단계에 걸쳐 8년간 개발되며, 1단계로 100만평이 조성된다. 1단계에만도 300∼400개의 노동집약적 사업체가 입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남측 중소기업들이 국제경쟁력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동해선 철도와 도로 연결공사를 빨리 추진키로 한 것도 의미가 크다. 철도·도로가 연결되는 시점에 남북간 통행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철도·도로 연결을 통한 추상적 남북교류가 인원통행과 물자수송 차원으로 구체화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한편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한 미국 부시 행정부의 최근 잇따른 강성 발언이 경제협력 추진 등 남북교류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번 경협추진위 평양회의에서 우리가 ‘남북 경제협력을 더욱 활성화하려면 북한 핵 문제가 조기에 해결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은 결국 미국의 이런 분위기를 감안한 것”이라며 “예정된 일정이 당장 취소되는 일은 없겠지만 점차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온기홍기자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