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가 변한다](2)해외사례

 우리나라에서도 내년에는 디지털오디오방송(DAB)이 상용화될 전망이다. CD 수준의 고음질이 보장되는 지상파 DAB의 국가표준이 확정됐을 뿐만 아니라 시험방송에서도 큰 문제가 없는 것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오디오방송은 음악서비스 부문에서 CD에 밀리는 양상을 보여온 게 사실이다. 음악마니아들의 외면을 받으며 정보제공 수준에만 그치는 감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DAB의 등장으로 음악방송의 질적 상승뿐 아니라 정보제공의 수준도 차원이 다른 고품질의 서비스가 예상된다.

 내년에 국내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상파 DAB는 현재 캐나다와 유럽 선진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서비스다. 전세계 지상파 DAB를 양분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은 각각 IBOC(In-Band-On-Channel)방식과 유레카147을 표준으로 서비스를 실시중이다.

 ◇유럽의 유레카147=한국이 국가표준으로 사실상 확정한 유럽의 유레카147은 이미 지난 87년부터 개발이 시작돼 95년 유럽 표준으로 확정됐다. 그 이후 95년 유럽에서 영국이 제일 먼저 DAB를 서비스를 시작, 현재 영국에는 BBC를 비롯, 7개의 지역 및 지방 DAB 멀티플렉스 운용사업자와 약 200개 이상의 DAB 방송국이 존재한다.

 영국의 대표적인 DAB 멀티플렉스 운용사업자인 BBC(공영)와 디지털원(상업)은 현재 상용서비스 커버리지가 인구의 80%이며 내년까지 85%로 올릴 계획이다. 지난해까지 보급된 디지털 라디오방송 수신기도 5만대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프랑스는 97년 DAB를 시작해 2002년 4월까지 전체 인구의 25%(약 1500만명)가 DAB 상용서비스를 받고 있으며 스웨덴도 공영사업자인 스웨디시라디오와 테라콤이 지난 95년 9월부터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밖에 독일도 99년 디지털 라디오방송의 정규 서비스를 시작해 2010년과 2015년 사이에 아날로그 라디오 전송을 종료할 계획이다. 특히 독일은 2003년까지 커버리지를 90% 이상으로 올릴 계획이며 인구 8000만명 이상, 3800만 가구수, 차량 4200만대 등 잠재적 시장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디지털 오디오방송 성공에 유리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의 IBOC=미국에서는 90년대초 DAB에 대한 연구가 시작돼 기존의 아날로그 채널과 그 주변채널을 이용해 디지털 라디오방송을 실행하는 IBOC 방식을 개발중이다. IBOC는 아날로그라디오 방송사가 디지털방송을 실시하기 위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주파수와 그 바로 다음 다이얼만을 디지털방송용으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향후 아날로그방송이 종료되면 기존 주파수대의 모든 가능대역은 기존 방송국이 소유하게 된다.

 IBOC 방식은 현재도 개발이 진행중이며 미국 FCC는 iB퀴티(iBquity)사가 개발한 디지털 FM 라디오 기술을 지난 10월 승인, 올해 하반기 로스앤젤레스·뉴욕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본방송을 계획중이다.

 iB퀴티는 IBOC방식을 이용해 기존 주파수로 방송을 내보내면서 동시에 교통, 증권, 스포츠뉴스 등의 다른 디지털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방송사업자가 이 기술을 이용해 디지털 라디오방송을 송출하기 위해서는 약 7만5000달러 상당의 장비를 구입해야 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올해안으로 클리어 채널, 비아컴의 인피니티브로드캐스팅, 월트디즈니의 ABC 라디오 등 약 30∼50개의 방송국이 이 장비를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

 캐나다 역시 DAB를 신규채널로 도입하지 않고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추진, 지난 99년말 본방송을 시작했다. 지난해까지 전체 인구의 35%(약 1000만명)의 잠재 청취자에게 서비스를 제공중으로 토론토에는 24개, 밴쿠버에는 15개, 몬트리올에는 12개, 윈저에는 4개 DAB 사업자가 서비스를 시행중이다.

 특히 GM캐나다(General Motors of Canada)는 내년 캐나다 자동차 시장에 최초로 DAB장착 자동차를 도입할 예정이다.

 ◇미국 방식과 유럽 방식의 차이=미국의 지상파 DAB는 아날로그방송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개념으로 기존의 방송사업자가 자신의 주파수 대역에서 아날로그 방송을 실시하면서 인접채널로 디지털방송을 동시에 실시할 수 있도록 IBOC 방식을 채택했다.

 이에 반해 영국을 비롯한 유럽은 아웃오브밴드(Out-of-band) 방식인 유레카147를 선택, 신규사업자와 기존사업자가 새롭게 지상파 DAB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중이다. 즉 미국은 지상파 DAB정책이 디지털전환 정책 중심인 반면 유럽은 신규서비스 도입 정책이 중심이라는 게 큰 차이점이다.

 <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