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번호 공동사용제` 도입을

 이동전화 업계 후발사업자인 KTF와 LG텔레콤이 ‘번호공동사용(Number Pool) 제도’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는 내용의 건의문을 11일 정보통신부에 제출, 선발인 SK텔레콤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후발사업자들의 주장은 현재 2세대 이동전화 번호이동성 제도 도입이 검토중인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비대칭 규제 방식을 놓고 SK텔레콤과의 치열한 논쟁을 예고했다.

 ◇번호공동사용제도란=‘번호공동사용제도’는 이동전화사업자별로 별도의 식별번호(011·016·019 등)를 부여하는 기존 번호체제 방식이 아닌 사업자와 상관없이 소비자가 어떤 이동전화사업자에 가입하더라도 원하는 식별번호를 자유롭게 선택, 이용하는 제도다.

 아직 사용하지 않는 011-2×××-××××의 2××× 4자리 국번에 대해 ‘번호공동사용제도’를 도입, 각 사업자가 번호를 공동으로 사용하면 이용자 편익 증진과 번호 선택권의 폭 확대, 번호사용의 효율성 증대, 서비스 경쟁 촉진, 번호이동성 보완 등 기대효과가 크다고 후발사업자들은 주장했다.

 후발사업자들은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이동전화사업자들이 식별번호를 브랜드화하는 것이 불가능하도록 ‘번호공동사용제도’를 실시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미국은 식별번호로는 유선과 이동전화사업자의 구분조차 불가능하게 해 식별번호를 통한 사업자 차별화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건의문 제출의 배경=후발 사업자들이 번호공동사용제도 도입을 주장한 것은 SK텔레콤이 자난 15년간 쌓아온 ‘011 브랜드’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많다.

 후발사업자들은 그동안 각종 비대칭 규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011로의 쏠림현상이 계속되자 2세대 이동전화 브랜드에 대한 조정 없이는 IMT2000 등 차세대 통신환경에서도 현재의 구도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후발사업자들은 SK텔레콤이 2세대의 시장구도를 3세대로 이어가기 위해 ‘011-7×××-××××’번 사용을 신청했으며 이는 SKIMT의 식별번호인 010-7×××로 변경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SK텔레콤에 대한 011 번호 독점이 계속되면 시장 불균형이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KTF와 LG텔레콤은 2세대에서 번호이동성 도입이 실시되더라도 011 브랜드가 계속된다면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번호이동성제를 통해 기존 011 가입자가 KTF와 LG텔레콤으로 이전을 유도하는 한편, 번호공동사용을 통해 자사의 신규 가입자에게도 011 번호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의 입장=SK텔레콤은 후발사업자의 주장이 정부 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정통부가 010× 번호의 IMT2000 서비스로 이동전화 번호정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2세대 전화간 번호 공동사용은 정책을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후발사업자들의 주장이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SK텔레콤은 후발사업자들이 이같은 주장으로 자사의 신규 국번번호 인가에 지장을 초래, 사업의 발목을 잡으려는 것으로 풀이했다.

 SK텔레콤은 소비자의 불편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측은 “소비자가 011 브랜드를 선택한 것은 SK텔레콤의 서비스 품질을 기대하는 것”이라며 “후발사업자들이 011을 사용하고 문제가 발행하면 책임소지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후발사업자들이 건의문까지 제출했으나 번호공동사용제가 도입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다. 정통부는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유무선 번호 통합이 검토되고 있고 번호이동성제도 고려되는 상황에서 추가 조치가 필요할지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