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중장기적인 과제로 통합번호제도의 도입을 검토함에 따라 이 제도가 이용자와 통신업계에 어떤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는 소비자 편익이나 유무선 통합추세와 맞물려 통합번호제도 도입이 필요하나 현실적인 걸림돌이 너무 많아 시행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배경=통합번호제도는 이미 수년전부터 유무선 전화번호 관리를 위해서 검토해온 사안이다. 그동안 유선과 무선이 별도로 발전해왔으나 최근 1∼2년간 유무선 통합형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3세대 이후 통신에서는 네트워크, 서비스 차원의 통합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명실상부한 유무선 통합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통합번호체계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내년에는 유선전화 번호이동성이 실시되며 하반기에는 ‘010×번’을 사용하는 IMT2000 서비스도 도입된다. 이와함께 2세대 이동전화간 번호이동성 도입도 현재 검토중이다. 이 때문에 세부적인 번호정책 전면 도입 이전에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유무선 통합번호체계 도입의 필요성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효과=통합번호체계를 도입하면 가입자들이 현재보다 손쉽게 유무선 통합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 시내전화, 시외전화, 이동전화 등 복잡한 번호체계가 단일한 번호체계로 바뀐다. 또한 통신회사를 바꾸더라도 자신의 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선택권도 넓어진다.
사업자간 서비스 경쟁도 유발한다. 유무선사업자 구분없이 얼마나 우수한 통합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 여부가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이 됨에 따라 지금보다 다양하고 저렴한 서비스 경쟁이 시작된다.
특히 서비스 측면에서 단하나의 번호, 단 하나의 단말기로 유무선 통합서비스를 받는 이른바 ‘원폰’ 시대가 열린다. 음성뿐만 아니라 데이터통신분야에서도 하나의 번호와 단말기로 각종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다.
통신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통합번호제도 도입에 앞서 번호이동성제가 실시돼야 해 교환기, 통신 네트워크, 단말기의 교체가 수반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사업자 측면에서는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나 국내 통신설비가 빠른 시일내에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과제=하지만 통합번호제 도입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될 전망이다. 우선 통합번호 도입을 위해 그동안 시내, 시외, 이동전화 등으로 나뉜 통신역무 재조정이 불가피하다. 시내외전화 구분이 없어지기 때문에 요금제도도 대폭 손질해야 한다.
규제제도의 점검도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지금은 이동전화와 유선전화간 규제가 별도로 시행되나 번호가 통합되면 규제도 일원화한다. 통신 결합 서비스, 지배적 사업자 통제 등 통신 독점문제가 새로 불거질 전망이다.
특히 유선과 무선시장에서 나타난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쏠림 현상’에 대한 정책적인 배려없이 통합번호체계가 시행된다면 현 통신시장 구도가 장기적으로 지속, 결국 경쟁정책의 실효성이 없게된다는 우려도 있다. 도입과정에서 사업자들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 조정도 쉽지 않다.
사회적 비용문제도 거론된다. 시외전화 지역번호제를 4자리에서 3자리로 변경하는데 4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다. 모든 전화 가입자의 전화번호가 바뀌는 것이어서 기술, 정책 등에서 변동이 있더라도 실제로 소비자들이 이를 흡수하기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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