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부품 `그레이 시장` 급랭

 국내 정식 대리점을 거치지 않고 홍콩·대만·중국 등지의 아시아시장에서 수입돼 판매되는 PC부품(그레이제품) 유통시장이 최근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용산 등지를 무대로 PC부품을 수입판매하는 그레이제품 유통업체인 O사와 G사가 최근 잇따라 부도를 내고 사업을 접으면서 그레이제품 유입이 평소의 절반 이상으로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정품을 유통하는 공식대리점들은 판매를 늘릴 수 있는 호기를 맞고 있어 유통시장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잇따른 부도=지난달 유통시장에서는 용산 등지를 무대로 활동하던 그레이제품 유통업체인 G사와 O사가 각각 부도로 사업을 포기했다. 특히 O사의 경우 부도액이 30억원에 육박할 뿐만 아니라 10여개 이상의 반도체 딜러가 선수금을 제공했다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등 관련 유통업체까지 잇따라 타격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O사와 G사의 잇단 부도로 그레이제품 딜러들까지 큰 타격을 받아 이들 업체가 다시 유통라인을 정비해 제품을 내놓기까지 최소한 3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그레이제품 유통시장의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레이 유통시장의 변화=그레이제품이란 공식대리점을 통해 유통되지 않은 상품을 총칭한다. 해외 시장과 국내 시장의 가격차를 이용해 각종 PC부품을 들여오고 있으며 환금성이 좋은 CPU 등이 가장 대표적인 그레이 품목이다.

 특히 그레이제품은 공식대리점이 판매하는 정품과 성능차가 거의 없으면서도 가격이 저렴해 널리 판매되고 있다.

 현재 CPU의 경우 10여개 업체가 용산·테크노마트 등 전국 전자상가에 공급하고 있으며 비중도 전체 시장의 40%를 넘어설 정도다. 하지만 최근 연이은 부도로 유통라인이 붕괴되면서 CPU 유통시장에서는 최근 그레이제품의 비중이 평소의 절반 수준인 20%대까지 떨어지는 등 관련 여파가 유통시장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잇단 부도 이후 PC부품업체들이 여신을 시급히 회수하거나 아예 여신거래 자체를 중지하는 등 부도의 후유증이 유통시장으로 번지고 있어 한동안 시장 침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상대적 호기 맞은 정품 대리점=공식대리점은 판매 확대의 호기를 맞고 있다. 그동안 그레이제품을 근절하기 위해 AS의 편의성을 강조하고 정품 스티커를 제작·배포하는 노력을 펼쳤으나 실제적인 성과는 미미했다. 하지만 지난달 2개 업체의 부도 이후 그레이시장이 축소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정품시장이 확대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

 이에 대해 CPU 유통업체 관계자는 “그레이 유통업체들의 부도 여파로 PC부품 유통시장 전체가 위축되고 있는 것은 불안한 요인이나 저가경쟁을 야기한 그레이제품의 유입이 줄어들어 정품시장에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본격적인 수요 회복이 기대되는 이달 말부터는 공식대리점들의 판매 확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