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2002년 겨울 `전쟁`이 시작된다

‘결사항전, 임전무퇴.’

 게임업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비디오 콘솔게임 양대 메이저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코리아 대첩’을 벼르는가 하면 내로라 하는 국내 게임업체들이 온라인게임 시장 왕좌를 놓고 결전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스타크래프트’와 ‘리니지’로 대변되는 국내 게임시장이 무르익기 시작한 것은 불과 2∼3년전이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국내 게임업계는 숱한 시장쟁탈전을 경험했다. 대작 PC게임이 ‘신병기’로 등장하는가 하면 3D 온라인게임이 ‘복병’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그동안의 시장쟁탈전이 플랫폼별 국지전에 불과했다면 이번에는 플랫폼의 경계를 넘어 전면전 양상으로 번질 전망이다.

 국내외 거물들이 맞붙으면서 콘솔과 온라인게임시장이 ‘빅뱅’을 예고하고 있는 것. 무엇보다 메이저 업체들이 게임 이용자 유치에 사활을 걸면서 더이상 플랫폼별 경계가 무의미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올 겨울부터 벌어질 ‘게임전쟁’이 그 어느때보다 치열할 것이라는 데 이견을 달지 않는다. 지난해 1조원대를 돌파한 국내 시장규모가 ‘게임전쟁’이 본격화된 내년께에는 2조원대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실제 이들 업체가 산정하고 있는 천문학적인 마케팅 비용만으로도 격렬한 전쟁 양상을 충분히 점쳐 볼 수 있다. 일찌감치 한국시장에 뛰어든 소니의 경우 콘솔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2(PS2) 마케팅 비용으로 연말까지 100억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오는 12월 PS2의 독주에 제동을 걸 MS의 X박스진영도 내년 100억원에 달하는 마케팅 비용이 이미 책정한 상태다.

 온라인게임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엔씨소프트, 한빛소프트, 소프트맥스 등 굵직굵직한 업체들이 진검승부에 나서는 터라 ‘물량공세’는 콘솔게임 ‘빅2’에 못지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게임전쟁’의 신호탄은 콘솔게임시장에서 먼저 터질 전망이다.

 국내 출시를 놓고 소문이 무성했던 MS의 ‘X박스’가 다음달 드디어 국내 상륙하기 때문이다. 올해초 국내시장에 둥지를 튼 소니의 PS2와 국내 콘솔게임시장을 놓고 피말리는 진검승부가 마침내 펼쳐지는 셈이다.

 MS는 이를 위해 X박스 국내 공식 유통업자로 세중게임박스를 선정했다. 세중은 대선 이후, 크리스마스 전에 하루를 X박스 출시일로 확정키로 하고 대대적인 ‘프리 마케팅’에 나설 채비다.

 이미 PS2와 X박스는 지난 ‘월드사이버게임즈(WCG)2002’에서 나란히 대형 전시부스를 마련하고 전초전을 치른 상태. 또 양사는 똑같이 서울 시내에 체험관을 만드는 등 정식 시장격돌에 앞서 팽팽한 신경전을 벌일 태세다. 맞대결에서 소니는 풍부한 게임 소프트웨어를, MS는 뛰어난 하드웨어 성능을 각각 ‘캐치 플레이즈’로 내걸 것으로 예상된다.

 PS2와 X박스의 맞대결로 국내 게임업체들의 콘솔게임시장 진출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판타그램인터랙티브, 디지털드림스튜디오, 소프트맥스, 조이캐스트 등 게임개발업체들이 PS2나 X박스용 게임 개발에 이미 착수했고 EA코리아, 인포그램코리아, 한빛소프트, 메가엔터프라이즈 등도 콘솔게임 배급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특히 콘솔게임 유통시장의 경우 PS2진영이 연말까지 100여종을 선보이기로 한 데 이어 X박스진영도 하드웨어 출시에 맞춰 30여종을 출시할 방침이라 그야말로 ‘빅뱅’을 맞을 전망이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 ‘2002 대한민국 게임백서’는 PS2와 X박스가 본격적으로 유통되는 내년에는 국내 비디오 콘솔게임시장이 25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콘솔 양대 메이저의 맞대결로 한국이 네트워크 콘솔게임 ‘테스트베드’로 급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잘 갖춰진 인터넷 인프라와 폭넓은 온라인게임 유저가 ‘테스트베드’로서 금상첨화이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콘솔게임 양대 메이저의 맞대결이 양산하는 산업적 효과는 상상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게임시장의 전쟁은 전통강자와 신흥강자의 대격돌로 요약된다. 다만 신흥강자가 전통강자에 도전장을 내미는 것이 일반적인 반면 이번에는 전통강자가 신흥강자에 도전장을 내는 것이 이채롭다.

 웹젠, 나코인터랙티브, 그라비티, 트라이글로우픽처스 등 ‘새내기 돌풍’을 주도한 신흥강자에 엔씨소프트, 한빛소프트, 소프트맥스 등 전통강자들이 공세를 가하는 것. 메이저 업체로 불리는 이들 전통강자는 그동안 극비리에 개발해온 신작 온라인게임을 다음달부터 속속 공개,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

 특히 이번 온라인게임 대격돌은 ‘온라인게임 3차대전’에 비유될 정도로 치열할 전망이다. ‘리니지’로 촉발된 온라인게임 열풍이 ‘1차대전’을 야기했다면 뮤·라그하임·라그나로크·프리스톤테일 등 이 일으킨 3D 온라인게임 신드롬이 ‘2차대전’으로 비유될 수 있기 때문.

 공세에 나서는 메이저 업체들은 대부분 ‘신병기’ 개발에 2년 이상의 공을 들이고 마케팅 비용도 최대 100억원까지 늘려잡고 있다.

 전통강자의 도전에 신흥강자들의 응전도 만만치 않다. 메이저 업체들의 ‘신병기’가 출격하기전에 기존 게임을 대폭 업그레이드하며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라그나로크’ ‘라그하임’ ‘프리스톤 테일’이 그래픽에서 게임내용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탈바꿈했고, 웹젠의 ‘뮤’도 이달중 새로운 버전을 추가할 예정이다. 한마디로 신흥강자들이 기선 제압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메이저 업체들의 가세로 온라인게임 시장 역시 고공비행이 예상된다. 올해 3000억원대로 전망되는 시장규모는 내년에는 4000억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 정영수 원장은 “올 연말 X박스의 가세로 국내 콘솔게임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기를 맞는 데 이어 내년에 대작 온라인게임이 잇따라 쏟아지면 국내 게임산업은 그 어느때 보다 역동적인 양상을 보일 것”이라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면 치열해질수록 시장 성장세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