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설계 벤처기업들이 코스닥 등록문제로 비상이 걸렸다.
연간 12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업계의 기린아로 떠올랐던 CDMP3 코덱칩업체 MCS로직이 최근 코스닥위원회로부터 등록보류 판정을 받음에 따라 후발업체들의 코스닥 등록 행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코스닥위원회측은 이 회사의 매출 발생 기간이 갓 1년에 불과하다는 점과 향후 진로에 대한 불투명성을 들어 보류판정을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꾸준히 매출이 증가하는 시스템 벤처기업과는 달리 5년 이상의 장기 선행기술투자를 기반으로 일시에 매출이 발생하는 반도체업종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결정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왜 우려하나=MCS로직의 등록보류는 내년께 IPO를 준비하고 있는 동종업체에는 큰 충격파임에 틀림없다.
이 회사는 그동안 업계로부터 반도체설계업체(FABless:팹리스), 이른바 주문형반도체(ASIC)업계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을 ‘킬러’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아왔다. 특히 이미 코스닥에 등록한 씨앤에스테크놀러지·서두인칩·아라리온 등이 시스템 제조·판매나 유통을 겸하는 데 반해 이 회사는 순수 반도체 기술과 상용화로 매출을 올려온 ‘순종’이라는 데서 업계의 자부심이 컸다.
반도체만으로 10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는 것은 회사 정체성에 대한 검증이 끝났고 다국적 비메모리반도체업체와 경쟁해 전문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위원회측과 증시 분석가들이 단순히 매출흐름만으로 기업을 평가한 것은 그동안 정부와 산학연이 공동 추진해온 비메모리반도체 국산화나 한국의 실리콘밸리 육성정책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로는 기술개발과 상용화라는 벤처정신을 퇴색시키고 오히려 코스닥 등록을 위해 여타 부가사업으로 회사 규모를 키우는 편법(?)을 오히려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대책과 향후 전망=MCS로직에 대한 코스닥위원회의 결정이 알려지면서 다윈텍·에이로직스·아이앤씨테크놀러지·시스온칩 등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기업공개를 준비해온 업체들이 고민에 빠졌다.
올해 100억원의 매출을 바라보는 이들은 코스닥 등록을 통해 반도체설계 벤처기업으로 회사규모를 확장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고 있었기 때문이다.
MCS로직은 일단 보류판정 기간이 끝나는 내년 초 재심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 때에는 연말결산 등 실적자료를 업데이트하는 것과 함께 업계 전반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배경자료를 첨부한다는 방침이다. 다른 업체들도 등록조건에 맞춰 회사 내부 회계를 강화하고 매출경로를 다각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반도체 설계 벤처들의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서는 이 분야에 대한 사회 저변의 인식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특히 대기업들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