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노무현 후보는 12일 오전 전경련에서 열린 대선후보초청 IT정책포럼에서 집권할 경우 남북IT협력 활성화와 청와대 IT정책 수석비서관 신설, 10년간 중장기 계획을 통한 IT전문인력 100만명 육성,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노력 등 국내 IT산업을 위한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했다.
전자신문과 한국정보산업연합회, 전국경제인연합회 정보통신위원회, 한국CIO포럼, 벤처기업협회, 인터넷기업협회 등이 공동으로 12일 오전 전경련회관 20층 경제인클럽에서 개최한 ‘대선후보초청 IT정책포럼’은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대통령후보의 정견 발표에 이어 패널리스트들의 질의가 열렸다. 김동재 연세대 교수의 사회로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패널토의에는 본지 이현덕 편집국장을 비롯해 김선배 전경련 정보통신위원, 이강인 인터넷기업협회 부회장, 장흥순 벤처기업협회장, 이정욱 디지털타임스 논설실장 등이 참석해 IT정책과 관련한 노 후보의 견해를 물었다. 이날 포럼에는 새천년민주당의 강봉균·김효석·남궁석·정세균·허운나 의원 등과 박성득 전자신문 사장, 이용태 삼보컴퓨터 회장, 이창호 아이뉴스24 사장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제기된 질의 및 답변 내용을 정리한다. 편집자
―이정욱 디지털타임스 논설실장=현 정부는 IT분야에 투자를 확대, 초고속인터넷망 구축과 이용자수 증가면에서는 괄목한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이같은 가시적인 성과에도 정보화의 질적 성장 면에서는 적지 않은 비판도 받고 있다. 현 정부의 IT정책을 전반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는가.
▲노무현 후보=현 정부의 IT정책에 일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반적으로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IT산업의 육성·발전을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사회 구성원의 의식전환이 필요하다는 측면을 고려할 때 현 정부가 5년간 추진해온 IT정책은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망 구축에도 불구하고 게임과 오락 위주의 콘텐츠를 제외하고는 콘텐츠산업이 발전하지 못한 점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또 국내업체들의 경우 하드웨어 기술에 비해 솔루션 기술이 열악해 외국업체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따라서 앞으로는 하드웨어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떨어져 있는 콘텐츠산업의 육성·발전에 노력하고 핵심 및 원천기술의 개발을 통해 국내 솔루션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겠다.
또 정부차원에서는 전자정부 구축사업을 확대하는 방안 등을 통해 IT산업 활성화를 유도해나갈 계획이다.
기업들이 IT기술발전의 산물인 전사적자원관리(ERP)시스템을 도입하면 기업의 투명성이 높아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처럼 IT산업의 발전은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만큼 IT산업의 성장을 위해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김선배 전경련 정보통신위원=IT산업을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기 위해서는 고급 기술인력의 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혁신적인 정책대안이 있다면.
▲노 후보=지난 5년간의 IT정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차원의 붐조성’ ‘공공투자 확대’ ‘우수인력양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이같은 정책기조를 기반으로 IT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특히 앞으로는 벤처기업에 대한 직접지원이라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정부차원에서 콘텐츠 및 솔루션 분야의 핵심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등 연구개발분야에 대한 투자확대를 통한 간접지원 방식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업체에 대한 간접지원 방식으로는 IT밸리를 조성하고 IT산업인력의 배출창구인 학교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수인력양성이 중요한데 10년간의 중장기 계획을 통해 100만명의 IT전문인력을 육성하는 동시에 세계 최정상급 정예 인력을 100개 기술분야에서 100명씩, 1만명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이강인 인터넷기업협회 부회장=현 정부의 정보화전략은 세계 최고 수준의 IT인프라를 자랑할 정도로 인프라 구축에 치우친 면이 있다. 높은 부가가치를 지니는 콘텐츠산업 및 소프트웨어산업을 통한 질적 경쟁력 제고를 위해 어떤 정책을 제시하고자 하는가.
▲노 후보=이는 가장 어려운 문제 가운데 하나인 것 같다. 우리나라는 초고속망이 매우 발전한 것과 달리 게임 및 오락 분야를 제외하고는 콘텐츠 및 소프트웨어산업이 크게 뒤떨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현재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게임 및 오락 콘텐츠를 기반으로 다양한 콘텐츠 개발노력을 기울이겠다. 또 정부차원에서 대국민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공공 DB구축 사업을 확대해 나가겠다. 아울러 정부차원의 공공DB 구축사업과 함께 학교 등에 대한 지원을 늘려 학문 DB구축 사업도 병행해나갈 계획이다.
이같은 노력이 선행될 때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초고속인터넷망에 부합하는 다양한 콘텐츠 및 DB를 확보할 수 있게 돼 IT산업의 균형발전을 위한 기반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김선배 위원=최근 전경련은 정부주도하에 소프트웨어 분야의 각종 프로젝트를 만들어 시장을 창출하고 세계 유수기업을 유치, 우리나라를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생산기지로 육성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한 노 후보의 견해는 어떠한가.
▲노 후보=소프트웨어 산업분야를 살펴보면 외국 기업들은 부가가치가 높은 기술과 제품으로 높은 세계시장 지배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보면 우선 부러운 생각이 들고 우리도 저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볼 때 우리가 과연 이 분야의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대단히 의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기업회계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는 제품이 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사회적으로 기업회계의 투명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실주의와 지역주의가 만연한 사회분위기에서는 소프트웨어 산업이 제대로 발전할 수 없다. 따라서 사회·문화적인 의식개혁을 통해 소프트웨어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추는 노력과 더불어 기술개발에 대한 지원책을 강구해나갈 계획이다.
외국기업의 유치문제는 국내 산업발전과 기술발전에 많은 도움이 되는 만큼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장흥순 벤처기업회장=고비용 저효율이란 기업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벤처육성정책은 IMF 이후 한국경제의 성장엔진의 역활을 했으나 벤처거품 현상과 이에 편승한 일부 사이비벤처가 양산되는 등 부정적인 모습이 나타나면서 전체 벤처업계의 신뢰가 크게 실추됐다. 하지만 벤처육성정책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흔들림 없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 후보는 현 정부의 벤처육성정책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으며 차기 정부의 벤처육성정책은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지 밝혀달라.
▲노 후보=현 정부는 벤처 붐 조성에 성공, 벤처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벤처거품과 사이비벤처의 등장으로 많은 부작용이 나타났으며 이에 대한 관리가 철저하지 못해 건강한 벤처기업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실패했다.
사회적으로는 벤처기업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벤처는 말그대로 위험은 높지만 전망이 밝은 기업이라는 점을 올바르게 인식시켜 바람직한 벤처투자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또 앞으로는 벤처기업에 대한 직접지원보다는 인프라 투자를 통한 간접지원으로 벤처산업의 발전토대를 마련해야 하며 시장질서를 회복하고 전문가들을 통해 올바른 평가 및 예측 노하우를 개발, 투자자들의 합리적인 투자여건을 확보해야 한다. 더불어 벤처기업 육성정책은 지속적으로 일관성있게 추진돼야 한다.
―장흥순 회장=벤처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코스닥 시장이 신뢰를 회복하고 제기능을 발휘해야 하는데 어떤 정책으로 코스닥 시장을 활성화할 계획인가.
▲노 후보=경제부문에서 단기적으로 활성화하는데는 자신이 없다. 코스닥 시장 활성화는 금융적 측면에서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평가와 전망과 관련한 기술적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또 코스닥 시장은 시스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그 뒤를 받치고 있는 실물경제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우수한 시스템 개발이나 공공부문의 콘텐츠 확충 등을 포함한 시장확대가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전통산업의 IT화는 시장확대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시장관리적 차원에서는 부실기업을 조기에 퇴출시키되 궁극적으로는 시장을 넓히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이강인 인터넷기업협회 부회장=전자상거래는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으로,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전자상거래 환경에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각종 지원책이 필요하다. 전자상거래 기업에 세제감면을 하는 등 정부의 과감한 유도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자상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복안은.
▲노 후보=전자상거래에 대해서는 0.5%의 세제지원 혜택을 주고 있으며, 전자화폐 활용시에는 2%의 부가세 감면혜택 등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적극적인 지원책이 유인책이 될 것으로 본다. 앞으로는 실시간으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그에 맞는 물류 인프라가 필요하다. 시장의 원리에 따르겠지만 정부가 주도해야 할 일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
전자상거래와 관련해 또 한가지 중요한 점은 개인정보보호 문제다. 기술적·법적으로 개인정보 유출을 차단하는 시스템이 필요하고 보안기술도 중요하다. 필요하다면 핵심과제로 개발을 추진하겠다.
―이현덕 전자신문 편집국장=정보화가 각 분야로 확산되면서 IT분야 업무를 둘러싼 부처간의 갈등과 정책의 난맥상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IT정책의 일원화는 경제발전과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절대 필요하다고 보는데, 부처간 IT관련 업무영역을 어떻게 조정할 생각인가.
▲노 후보=아직 결론을 못내리고 있다. 부처간 업무가 같은 것도 있지만 다른 것도 있다. 통합의 효율성과 경쟁의 효율성을 잘 따져봐야 한다. 과거에 정통부와 과기부가 산자부 산하에 있었다만 오늘날처럼 발전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답답한 노릇이지만 다양성 속에서 창의성이 나올 수도 있다. 다원화하는 방안과 일원화하는 방안은 대통령이 되고 나서 진지하게 연구해보겠다. 청와대의 기능을 줄이라는 요구가 많은데 줄이지 않을 생각이다. 유아교육이나 IT정책처럼 갈등을 빚는 부문에 대해서는 청와대의 조정기능을 강화할 방침이다. 대통령이 되면 태스크포스팀(TFT)를 설치하고 수석급 책임자를 둘 계획이다. 중요한 것은 특정 부처만의 IT화가 아니라 모든 부처의 IT화를 추진하겠다. 심지어 IT를 모르는 사람은 장관에 등용하지 않겠다.
―이정욱 논설실장=현정부는 지난 1일 전자정부시스템을 출범시켰다. 하지만 시스템 출범이 완성이라고는 할 수 없으며 전자정부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 전자정부 서비스 활용도를 높이고 서비스를 더욱 고도화해 나가야 하는데 이에 대한 노 후보의 견해는.
▲노 후보=한때 주민등록증 전산화가 시도됐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독재국가에서는 주민등록번호가 아니라도 국민들을 통제할 수 있다. 반면 주민등록번호가 공개돼 있다 하더라도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민의 통제하에 권력이 놓이게 된다. 축적된 신용을 가지고 상거래가 이뤄지는 것이 신용사회에 있어서의 상거래이지만, 지금은 신용만으로는 어렵다. 이제는 국가가 공공DB를 갖추고 신용정보를 제공하는 일종의 ‘신용증명시스템’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각종 정보는 축적하되 사용에 대해서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개인정보 축적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다만, 사회문화적 인프라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현덕 편집국장=남북 정상회담 이후 IT분야의 남북교류 협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사상 첫 당국간 통신회담을 열고 이동통신 등에 상호협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남북한 IT교류·협력 사업은 국내 통신사업자의 북한시장 선점은 물론이고 통일 이후 통신환경의 통합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남북한 IT분야 교류협력 확대를 위한 구체적 구상은.
▲노 후보=북한에 대해서는 현재 소프트웨어, 하드웨어의 하청생산 및 통신망 구축 지원 등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지원은 재정적 부담이 있더라도 확대돼야 한다. 현재 북한은 IT산업에 많은 열정을 보이고 있는데 이를 중국이나 일본에 의존하도록 하면 그 나라에 예속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표준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공동연구 등을 통한 기술협력과 물자지원을 추진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북한이 남한과 같은 코드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북한도 돕고 우리의 시장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본다.
<정리=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