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12일 ‘KT스마트사업 그랜드컨소시엄’ 결성을 통해 스마트카드 사업에 동참할 28개 제휴기업 및 기관을 공개함으로써 향후 펼쳐질 통신제휴 스마트카드 시장이 3자 구도로 압축되고 있다.
지난주 KTF는 LG카드를 통해 휴대폰 내장형 칩카드 방식의 ‘K머스’ 상용화를 선언함으로써 이번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적외선결제(IrFM) 전문업체인 하렉스인포텍 또한 이동통신사업자들을 배제한 채 국민·LG·비씨 등 3개 신용카드사와 손잡고 독자노선을 선언했다. 또 ‘모네타플러스’ 제휴발급사 선정에 진통을 겪고 있는 SK텔레콤도 이달중에는 어떤 형태로든 사업에 착수한다는 계획이어서 통신제휴 스마트카드 시장에 3대 진영이 형성될 전망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어떤 쪽도 구체적인 추진계획과 뚜렷한 강점을 갖지 못한 채 서로 이합집산만 거듭하고 있는 형편이어서 차세대 스마트카드 전략을 둘러싼 각 진영간의 ‘물타기’ 제스처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절대강자는 없다=28개 기업과 기관으로 거대 컨소시엄을 구성한 KT진영조차 속내를 뜯어보면 알맹이가 빠져있는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걸리는 대목이 향후 3000만명의 스마트카드 이용환경을 구축하는데 소요되는 투자 조달방안이다. 당장 KT와 신용카드사, 신용카드조회(VAN), 전자화폐 업체들이 공동 부담한다는 원론에는 합의했지만 누가 얼마정도 출연할지는 아직 입도 떼지 못한 실정이다. 그랜드 컨소시엄을 내세웠지만 LG·국민·비씨 등 3개 카드사 외에 나머지 18개 은행은 사실상 들러리를 서고 있다는 점도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여기다 그룹 차원의 역량을 모두 집중해도 성패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내부 추진체계를 추스르는 문제까지 남아있다. 계열사인 KTF의 K머스 사업부문과 연계논의도 최근에서야 이뤄졌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KT와 SK텔레콤 진영의 틈바구니에서 독자생존의 몸부림을 치고 있는 하렉스인포텍은 더욱 속이 탄다. 통신사업자에 대한 카드사들의 공통된 반감을 반사이익으로 얻어 일단 LG·국민·비씨카드를 끌어들이긴 했지만 이동통신서비스와 단말기 확보방법은 없다는 게 최대 맹점이다. SK텔레콤도 모네타플러스 제휴 발급사 선정과정에서 힘을 소진하면서 상당히 위축돼 있는 형편이다. 서비스 출시 시한에 몰린 SK텔레콤은 원래 구상과 달리 비접촉식(RF) 기능을 뺀 채 일단 상용화부터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혼미해지는 시장구도=통신제휴카드를 둘러싼 사업자들의 행보는 시장 개화전부터 적지 않은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모두가 전자금융이라는 신규 수종사업으로 스마트카드를 꼽고 있지만 개별 사업자간은 물론 업종간의 갈등마저 중첩되고 있는 형국이다. 당초 통신사업자의 제휴카드 사업에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했던 6개 카드사들이 사실상 개별대응으로 돌아선 것이나 3대 이통사의 서비스 표준화 논의가 중단되다시피한 것도 이같은 사례다.
이와함께 통신제휴카드가 사업자 진영내의 세력다툼외에 뚜렷한 ‘킬러앱’을 갖지 못한 점도 숨겨진 고민거리다. 제휴카드의 성패는 이용자에게 줄 수 있는 확실한 혜택이 무엇인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전자화폐·인증·보안·휴대폰결제·포인트 등 평범한 서비스로는 제휴카드 시장진입조차 장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비자코리아 정도영 이사는 “거대 통신사업자들과 금융권이 나서면서 통신제휴카드 사업의 외형이 많이 부풀려져 있다”며 “확고한 수익모델을 강구하고 제휴사업자 구도가 안정될 때 비로소 본격적인 시장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내다봤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사진설명>KT는 1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그룹사, 신용카드사,신용카드조회사 등 28개 기업 및 기관 대표가 참여한 가운데 ‘KT스마트사업 그랜드컨소시엄’을 결성하고 스마트카드사업에 본격 진출한다고 선언했다. 왼쪽부터 한국신용카드결제 차우식 사장, 케이에스넷 김택중 사장, 몬텍스코리아 김근배 사장, 금융결제원 윤귀섭 원장, KT 이용경 사장, 국민카드 김연기 사장, BC카드 이호군 사장, LG카드 이헌출 사장.
<이상학기자 lees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