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랄한 댄스곡도 좋다. 하지만 이렇게 매서운 바람이 콧날을 시리게 할 때면 60∼70년대를 풍미했던 추억의 팝송을 듣는 것도 나름의 운치가 있다.
친구와 함께 영어사전을 찾아가며 가사를 해석하기도 했고, 톡톡 튀는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차지하기 위해 언니·동생과 싸우기도 했었다. 학교 근처 다방에 모여 DJ가 틀어주는 팝송을 듣는 것은 생활의 일부이자 낙이었다. 그것이 우리네 지나간 시절이다.
모두가 부푼 꿈에 가슴 설레던 바로 그 시절, 팝송은 이미 생활의 일부가 됐던 것이다.
최근 60∼7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팝 가수들이 잇따라 앨범을 내놓으면서 풋풋했던 젊은 시절을 생각나게 한다. 팝송과 함께 모처럼 과거 향수에 젖어보는 것도 생활의 활력소가 되지 않을까.
BMG가 발매한 엘비스 프레슬리 25주년 추모앨범은 이런 점에서 의의가 더하다.
77년 엘비스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는 순간 전세계 방송국은 정규방송을 중단했다. 전세계 언론은 로큰롤 제왕의 죽음 앞에 각종 은유와 상징을 동원해 애도를 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엘비스는 이 세상에서 숨을 쉬지 않을 뿐, 여전히 살아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그는 여전히 1년에 4000만달러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후에도 그의 앨범은 8000만장이 넘게 판매됐고, 최근 실시된 ABC방송국 설문에서도 미국인의 50%는 엘비스의 팬이라고 답해 변함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구레나룻을 기르고 다리를 흔드는 모습은 불량배나 다름없어 보였지만 엘비스는 불우한 환경을 딛고 일어선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한다. 그의 음악은 젊은이들을 열광시켰고, 타고난 가창력과 현란한 무대 매너는 카리스마까지 지녔다. 특히 컨트리와 블루스를 로커빌리라는 스타일로 혼합해 대중음악계에 선보인 최초의 뮤지션이자, 백인의 감성으로 흑인의 리듬앤드블루스를 노래한 선도적인 인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에 나온 ‘Elv1s 30 #1 Hits’는 영국과 미국 차트를 석권했던 넘버원 히트곡 30곡을 모은 것으로 디지털 기술로 전곡이 리마스터링됐다. 미국·영국·프랑스·호주 등 전세계 20여개국에서 앨범 차트 1위에 데뷔한 것을 비롯, 국내에서도 10대부터 30∼40대까지 폭넓은 층의 인기를 얻고 있다.
시카고가 데뷔 35주년을 기념해서 내놓은 ‘시카고의 특별한 이야기’도 관심을 끈다.
일곱명으로 구성된 그룹 시카고는 재즈와 록을 멋지게 결합한 특유의 스타일로 70년대를 풍미했다. 특히 시카고의 음악풍은 우리 정서와도 잘 맞아 ‘Hard To Say I’m Sorry’는 여전히 애청되는 팝송 중 하나로 자리하고 있다.
피터 세트라가 그룹을 탈퇴한 후 한동안 해체설이 나돌기도 했지만 18·19집을 연달아 히트시키면서 건재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90년대 들어서부터는 예년의 활동적이던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새 앨범이 선보일 때면 여전히 가슴을 설레게 한다.
다음주에 발매되는 시카고 베스트 컬렉션은 초기 재즈록에서부터 독특한 분위기의 발라드까지, 팝 역사에 일획을 그은 시카고의 음악세계에 빠져들게 해줄 것이다.
60년대 록과 팝을 대표하는 롤링 스톤스의 ‘Forty Licks’도 추억에 젖게 해주는 음반.
비틀스보다 대중적 흡입력은 뒤졌을지 모르지만 롤링 스톤스는 비틀스와는 다른 음색으로 ‘1등보다 우월한 2등’ ‘2등같은 1등’으로 록밴드의 위상을 확립했다. 비틀스가 산뜻함을 내세워 미국인과 전세계인을 사로잡은 반면, 롤링 스톤스는 불량과 도발의 이미지로 전세계 젊은이들의 우상이 되었고 ‘지구 최강의 록밴드’라는 훈장을 달기도 했다.
롤링 스톤스가 데뷔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내놓은 ‘Forty Licks’는 ABKCO·유니버설·버진레이블을 통해 발표했던 역작을 한자리에 모은 것이다. 40년의 장구한 록 궤적을 2장의 CD에 집대성한 결정판으로 ‘Not Fade Away’(64년)부터 ‘Anybody Seen My Baby’(97년) 등이 수록돼 있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