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가 변한다](4)정책적 이슈

 방송위원회에서 논의가 전개되고 있는 DAB는 다양한 정책적 이슈를 포함하고 있다.

 그 중 첫째가 DAB의 개념적 정의문제다. 쉽게 말해 DAB를 라디오의 연장선상으로 할 지, 아니면 기술적 발전을 최대한 수용해 이동TV용으로 규정할지 하는 문제다. 만약 DAB를 이동TV용으로 활용할 경우 그 잠재가치는 극대화할 수 있고 미디어시장에 커다란 변화도 가져올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DAB가 높은 이동수신 능력을 갖고 있어 현재 상태에서도 이동TV용으로 최적기술이라는 데 이견을 달지 않고 있다. DAB의 일차적 수용주체로 평가되는 지상파방송사들과 정보통신부도 오디오서비스용보다는 멀티미디어방송의 개념에서 출발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지상파방송사와 정통부의 이같은 입장은 유럽의 시행착오에서 비롯된다.

 우리나라가 표준으로 확정한 유레카147은 영국에서 시작된 지 7년이 지났으나 아직도 보급이 미미한 형편이다. 이는 유럽의 DAB 상용화가 약간의 데이터방송을 가미한 오디오방송에 치중함으로써 킬러애플리케이션에 문제점을 드러낸 데 따른 것이다. 서비스 품질상에서는 기존의 라디오와 차별화가 이뤄졌지만 이용자를 끌어들일 만한 혁신적인 킬러애플리케이션은 없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만약 DAB를 오디오에 국한하는 것이 아닌 동영상, 데이터방송을 적극 수용하는 이동TV방송용으로 활용한다면 폭발적인 시장잠재력을 갖추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DAB를 이동TV용으로 활용한다면 지상파디지털TV의 이동수신 논란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도 있게 된다. 이 경우 지상파디지털TV는 HDTV를 중심으로 한 고화질·고음질 중심의 방송으로, 지상파DAB는 이동수신을 전제로 한 오디오, 데이터, 작은 화면의 TV방송으로 상호 보완적 관계로 발전할 수 있게 된다.

 산업적으로도 지상파DAB의 이동수신 능력은 PDA나 이동통신단말기와 결합, 휴대형 단말기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도 꾀할 수 있게 된다. 정통부는 지상파DAB로 활용키로 한 채널12번(6㎒) 내에서도 3개의 멀티플렉스가 구성되며 멀티플렉스마다 비디오 채널 1개(300Kbps급)와 오디오채널 3∼4개가 구성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와 함께 통일부, 방송위, 정통부가 합의해야 하겠지만 대북재밍(jamming)용으로 활용중인 채널 8번과 채널 10번까지 검토되면 DAB의 잠재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도 있다.

 지상파DAB의 또다른 이슈는 사업자구도다. 이는 DAB를 지상파라디오사업자들의 디지털전환용으로 활용할지, 아니면 별도의 멀티플렉스사업자를 둘지 여부다. 디지털전환용으로의 활용은 지상파디지털TV의 사례처럼 기존 방송사업자 중심의 서비스 운용을 하겠다는 개념이며 별도의 멀티플렉스 사업자구도는 신규사업자를 허가하자는 논의를 의미한다. 지상파방송사를 포함한 일부 전문가들은 “주파수 사용효율성을 제고하고 다양한 사업자와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도록 지상파DAB는 멀티플렉스사업자 구도로 끌고가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체적인 합의점을 찾고 있지만 도입일정도 핵심이슈다. 현재상태에선 ‘내년 하반기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먼저 도입하고 전국확산을 추진하자’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으나 조기 전국서비스를 위해서는 빠른 시일내에 후속 행정절차가 뒷받침돼야 한다.

 지상파DAB의 마지막 이슈는 통신사업자들이 논의를 주도하는 위성DAB와의 관계설정이다. 지상파DAB와 위성DAB는 기본적으로 상호경쟁매체라는 특성이 강하기 때문에 이 문제는 DAB 정책방안 마련에서 치열한 논란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위성DAB는 서비스 전개특성상 방송 측면보다는 통신 특성이 강하다는 점이 있어 이 부분을 방송위원회가 어떻게 수용할지도 관심거리다.

 방송위를 포함한 방송계 내에서는 위성DAB 도입에 대해 부정적 시각이 팽배해왔던 게 지금까지의 흐름이어서 방송계가 그동안의 입장에서 탈피하고 전향적인 행보를 보일지는 미지수다. 만약 위성DAB를 수용한다는 판단이 내려질 경우에도 서비스 도입일정, 위성DAB 허가방안을 둘러싼 논란은 불가피하다.

 도입일정과 관련해서는 같은 수용자층을 대상으로 경쟁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지상파DAB 우선도입이 유력할 것으로 보이며 위성DAB사업자 구도와 관련해서는 방송과 통신계의 뜨거운 한판 승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