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카펠라스 휴렛팩커드(HP) 사장이 “더이상 2인자는 싫다”며 사장 자리를 내던졌다. HP와 합병하기 전 컴팩의 1인자던 그는 그간 사석이나 공석에서 “다시 CEO가 되고 싶다”며 공공연히 ‘CEO에 대한 야망’을 밝혀왔다.
철강회사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카펠라스가 정보기술(IT)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건 불과 몇 년이 안된다. 에너지서비스회사에서 15년 근무한 이후 지난 1996년 독일 소프트웨어업체인 SAP에 입사하면서부터 그는 IT업계와 인연을 맺었다. 때문에 그가 1999년 7월 컴팩의 최고정보책임자(CIO)에서 CEO로 승진할 때만 해도 “생소한 인물이 됐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이는 불과 며칠을 사이에 두고 HP의 CEO로 스카우트된 칼리 피오리나가 언론과 업계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과 무척 대조적이었다. 하지만 당시 IT업계 무명이던 카펠라스는 추락일로를 걷던 컴팩을 대수술, 훌륭히 회생시켜 놓으며 일약 주목받는 인물로 부상했다. 올 5월에는 HP와의 합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으면서 피오리나 못지 않은 스타가 되기도 했다.
다른 IT업계 경영자들에 비해 새내기나 다름없는 그가 거물로 성장한 데는 누구한테도 지기 싫어하는 그의 불요불굴함과 성실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의 집념을 잘 보여주는 ‘풋볼 일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고등학교 시절 풋볼팀에서 수비수를 맡았던 그는 주공격수로 옮기고자 했지만 “체력이 안된다”는 코치의 말에 자극받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체력훈련에 몰두, 결국 주공격수 자리는 물론 주장까지 맡았다. 이처럼 카펠라스는 원하는 것이 있으면 남들보다 3∼4배의 노력을 기울이는 ‘의지의 미국인’형이다.
이뿐만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그는 어릴 적부터 한쪽 눈이 안보이는 장애를 갖고 있다. 즉 그는 신체적 핸디캡을 무서울 정도의 후천적 노력으로 극복, 오늘날의 세계적 IT거물로 성장한 것이다. 1954년생, 우리 나이로 47살인 그는 이제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월드컴의 유력한 CEO 후보로 거론되며 생소한 ‘통신’ 분야에 또다시 도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CEO를 열망하고 있는 그의 마음이 추하지 않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국제부·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