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기업이 정보시스템을 구축할 때 가장 먼저 넘어야할 벽은 CEO를 설득하는 일이다. CEO의 정보화마인드가 그 회사의 정보화 수준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지난해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도입하고 올 초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 한솔마이크로시스템(대표 김홍서 http://www.hansolms.com)의 경우 적어도 CEO를 설득해야 하는 어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CEO가 앞장서서 나서는 바람에 직원들이 바빠져야 했다.
“CEO의 의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사실 CEO로서 할일이 많고 바쁘긴 하지만 관심만 갖고 있어서는 안됩니다. 직접 현장에서 직원들과 같이 호흡하고 뛰어야 합니다.” ERP구축 업무를 대신 총괄지휘할 사람에게 맡기는 것도 좋지만 직접 참여하는 것이 최선이라는게 김홍서 사장의 지론이다.
“처음에는 직원들이 전산작업을 귀찮아하고 또 왜 중요한지 인식을 못했죠. 저녁때마다 제 2공장 등에 일일이 연락해서 체크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시스템을 통해 각종 자료를 체크할 수 있기 때문에 CEO가 아래 직원한테 자료요청할 일도 없고 직원들도 일일이 자료정리를 할 필요가 없어졌거든요.”
사실 한솔마이크로시스템은 이미 지난해 초부터 회계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해 활용하다가 이를 자재관리 분야로 넓히기 위해 ERP 시스템을 구축, 운영한 바 있다. 하지만 기존의 ERP 시스템으로는 제조업의 특성에 맞춰 운영하기에는 부적합하다고 판단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다.
지난해 9월부터 구축작업을 시작해 12월께 시험가동을 통해 드러난 여러가지 문제점을 해결하고 지난 4월부터 정상가동에 들어갔다.
한솔마이크로시스템은 한 번의 ERP시스템 도입경험이 있었기에 구축기간을 단축했을 뿐 아니라 완성도도 높았다. 시스템구축 단계에서부터 능동적으로 대처했기 때문이다.
“ERP 업체로부터 교육을 받기보다는 먼저 구축할 솔루션을 공부하고 나중에 모르는 것을 질문하는 형태로 진행했죠. 나중에는 너무 깊은 문제까지 질문하다보니 솔루션 업체 담당자들이 당황해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김 사장은 “CEO가 직접 나서서 관여한 것이 ERP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하고 가동할 수 있게 한 요인이었다”며 “시스템 구축사업자인 하이네트측 관계자와도 많은 대화를 나눈 덕에 전산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가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사장의 리더십으로 지금은 원자재 구매·발주단계에서부터 생산, 영업과정을 일관되게 관리할 수 있게 돼 일일 결산체제가 가능해졌다.
김 사장은 “현재 산업자원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3만 중소기업 IT화 사업이 진행되면서 ERP솔루션 업체들마다 문제점이 많이 드러나있다”며 “앞으로는 구축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공론화해서라도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소기업 IT화의 일정한 성공기준도 정해 놓고 성공한 업체에는 추가 지원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어떤 회사인가>
한솔마이크로시스템은 지난 93년에 설립된 전자제어 시스템개발 업체로 전기밥솥 및 냉장고용 마이크로컨트롤러(MCU)와 휴대형 메모리, 무인택배시스템 등을 생산,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7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는 8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는 무선기술을 이용한 컴퓨터제어 장치를 선보일 계획이다.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