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들어 D램 시장의 주력 제품인 더블데이터레이트(DDR) SD램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세계 D램업체들의 분기 흑자전환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를 제외한 전세계 D램 제조업체들은 급격한 수요감소에 따른 D램 가격 폭락으로 최근 2년간 만성적자에 시달려 왔다. 하지만 4분기 들어 크리스마스와 겨울방학 시즌을 앞두고 계절적 수요증가로 인한 공급부족 여파로 가격이 급등, D램 업체들의 흑자전환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10월말부터 급등세를 타고 있는 DDR SD램 현물시장 가격과 지난 7월 중순 이후 계속되고 있는 고정거래가 인상 추이를 고려할 때 이미 흑자를 내고 있는 삼성전자와 함께 하이닉스·마이크론(미국)·인피니온(독일) 등 ‘빅4’ 중 일부는 흑자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현물시장, 고정거래가 동반상승=D램업계의 4분기 흑자전환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은 현물시장의 강세 때문이다. 아시아현물시장에서 DDR 128Mb(16M×8 266㎒) SD램은 9월말 이후 4분기 첫달인 10월까지 만 한달간 평균거래가격 기준으로 40% 이상이 급등했다.
메모리 대용량화 추세에 따라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DDR 256Mb(32M×8 266㎒) SD램 역시 같은 기간 40% 가량 가격이 올랐다. 지난 주말에는 8.30∼8.90달러(평균가 8.70달러)를 기록하며 최고거래가격 기준으로 9달러선 돌파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는 전반적으로 3분기 전체 시장현물 평균 가격에 비해서도 25∼30% 정도 오른 것이다.
D램 업체들의 매출실적과 직결되는 고정거래가 역시 지난 7월 중순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도 4분기 매출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 7월 2달러 후반∼3달러 초반의 가격대에 거래되던 DDR 128Mb 제품은 10월 들어 3달러 중후반대로 올라서 제조원가를 훨씬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DDR 256Mb 제품은 같은 기간 5달러 중반대에서 7달러 중반대 수준으로 급등, D램 제조업체들이 이익을 실현할 수 있을 만한 충분한 가격대까지 올라서 있다. 이처럼 현물가와 고정가의 동반상승으로 D램 제조업계는 4분기 들어 지난 분기 대비 현물시장에서는 30%, 고정거래시장에서는 30∼50%의 가격상승으로 인한 매출증대 효과를 만끽하고 있다.
◇업체별 현황과 전망=업계에선 현재 올들어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는 삼성전자는 물론 채권단에 의한 연내 채무재조정 가능성이 높아진 하이닉스, 지난해 세계 D램 업계 순위 4위면서 비메모리 비중을 높이고 있는 인피니온 등이 분기 흑자전환 업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하이닉스의 경우 LG반도체 합병 이후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채 원리금과 이자를 올해만 1조원 가량 갚아야 하지만 지난 3분기말까지 올해 상환분의 부채 중 수십억원을 제외하고 모두 상환한 상태. 따라서 금융부담이 크게 줄어든데다 D램 가격 상승세에 힘입어 4분기 흑자달성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하이닉스는 다만 연말까지 전체 D램 중 DDR SD램의 생산비중을 70%선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 성공리에 마무리되고 DDR SD램의 가격이 연말까지 현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단서조항’이 붙는다.
인피니온은 하이닉스보다는 가능성이 낮아 보이지만 흑자전환이 기대된다. 3월말 결산법인인 인피니온은 최근 전 분기(7∼9월)에 2억9200만유로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당초 예상치인 2억1500만유로를 넘어선 것으로 이전 분기의 1억7000만유로보다도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 매출이 77%가 급등한데다 DDR 128Mb SD램의 생산단가가 3.75달러 수준으로 최근의 평균가인 4.30달러 수준보다 낮다는 점에서 분기 흑자전환의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다.
‘빅4’ 중 상황이 가장 안좋은 곳은 마이크론. 지난 8월말 기점으로 결산을 마친 마이크론은 새 분기가 D램 가격이 바닥세를 보이던 9월부터 시작(9∼11월)되는 탓에 이번 분기 흑자실현 가능성의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여기에 대외경쟁력과 직결되는 0.11∼0.13미크론의 미세공정 비중이 경쟁 D램업체에 비해 낮은 상황인 데다 DDR SD램의 분기평균 생산비중도 50%를 밑돌고 있어 DDR SD램 특수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