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대선후보 초정 IT정책 포럼](2)이회창 한나라당 후보-패널 질의응답

사진;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후보는 13일 오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대선후보 초청 IT정책 포럼에서 IT분야 연구개발 분담률을 2008년까지 15%로 확대하는 한편 향후 5년간 80만명의 인력이 새롭게 IT분야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패널토론 참석자

이금룡(한국인터넷기업협회 고문)

장흥순(벤처기업협회 회장)

오해진(한국CIO포럼 회장)

이현덕(전자신문사 편집국장)

이재권(아이뉴스24 편집국장)

※사회=김동재(연세대 교수)

 전자신문과 한국정보산업연합회, 전국경제인연합회 정보통신위원회, 한국CIO포럼, 벤처기업협회, 인터넷기업협회 등이 공동 주최한 ‘대통령 후보초청 IT정책포럼’ 행사가 13일 오전 전경련회관 20층 경제인클럽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순서로, 이 후보가 IT 관련정책을 발표하고 패널리스트들의 질의 응답 순서로 진행됐다.

 김동재 연세대 교수의 사회로 1시간 30분동안 진행된 패널토의에는 본지 이현덕 편집국장을 비롯해 오해진 한국CIO포럼 회장, 장흥순 벤처기업협회장, 이금룡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고문, 이재권 아이뉴스24 편집국장 등이 참석해 IT정책 전반에 대한 이 후보의 견해를 물었다. 이날 포럼에는 오명 아주대 총장, 윤동윤 전 체신부(현 정보통신부) 장관과 박성득 전자신문 사장, 이용태 정보산업연합회 명예회장 등 업계 관계자와 한나라당 김형오·이상희·김영춘·임태희·권영세·오세훈·김영선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서 제기된 질의 및 답변 내용을 정리한다. 편집자

 

 -이재권(아이뉴스24 편집국장)=현 정부는 ‘세계에서 컴퓨터를 제일 잘 사용하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많은 IT 투자를 해왔다. 그 결과 초고속인터넷망 구축, 인터넷 이용자 수 증가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이같은 가시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질적인 성장면에서는 적지 않은 비판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현 정부의 IT정책을 평가한다면.

 ▲이회창 후보=초고속 인터넷망이 전국적으로 구축되고 인터넷 이용자가 늘어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사실 현 정부의 최대 성과 중 하나인 초고속인터넷 사업은 지난 94년 본인이 총리 재임시절 42조원의 규모로 시작한 초고속인터넷망 구축 사업에 근간을 두고 있다.

 당시에는 전세계적으로도 미국과 일본 두 나라 정도만이 초고속인터넷망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이를 참고해 95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총 42조원을 투자하는 초고속인터넷 사업 계획을 수립했다. 이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를 토대로 인프라 측면에서 많은 발전을 이뤄냈다.

 하지만 질적인 측면에서는 실망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다. 어느 나라보다 우수한 초고속인터넷 인프라를 산업 생산성 향상과 국민 삶의 질 개선에 활용하는 데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이같은 문제는 IT벤처기업 육성사업에서도 찾을 수 있다. 정부는 2만개 벤처 육성을 100대 과제 중 하나로 정해 사업을 추진해왔지만 너무 외형적인 면에만 치우치다보니 정작 기술력있는 업체들은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머니게임’ 양상마저 나나타나 거품현상이 생겨나고 각종 게이트 사건이 발생하며 ‘무늬만 벤처’인 기업들이 난립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현 정부의 IT정책 방향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현 정부의 IT정책에 대해 굳이 점수를 매긴다면 70∼80점을 주고 싶다.

 -이금룡(인터넷기업협회 고문)=방금 지적한 대로 현 정부의 정보화 전략은 지나치게 인프라 구축에 치우친 점이 없지 않다. 최근의 조사 결과를 보면 질적 경쟁력을 보여주는 콘텐츠 관련 지표가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높은 부가가치를 지닌 콘텐츠산업 및 소프트웨어산업 발전을 통해 질적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을 제시한다면.

 ▲이회창 후보=현 정부가 인프라를 구축했다면 차기 정부는 이를 채우는 알맹이인 콘텐츠를 육성하는 것이 최대 과제다. 물론 현 인프라의 고도화 작업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알맹이의 개선이 시급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인재 양성으로 시선을 돌려야한다. 우수하고 창의력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콘텐츠산업을 육성하는 최적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교육부문에 대한 투자를 10년내에 GDP 대비 4.7%에서 7%로 늘리고 이중 IT 관련교육 예산 비중을 높여나갈 것이다. 또한 과학기술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도 현행 2.7%에서 우선 3%로 높이고 단계적으로 더 늘려나갈 계획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원천기술 개발에 대한 정부 지원체계를 확고히 마련하고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방대한 자료의 디지털화를 통해 국내 콘텐츠 및 소프트웨어산업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겠다.

 -오해진(한국CIO포럼 회장)=우리나라의 지리적 특성을 살려 동북아의 물류중심지로 발전시키자는 의견이 많이 있다. 그러나 물류중심지보다는 유럽의 아일랜드와 같이 IT서비스 중심 국가로 발전시키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나라가 IT인프라 측면에서 기반이 마련돼 있고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훌륭한 솔루션과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견해와 한국을 동북아의 e허브로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은.

 ▲이회창 후보=물류중심지화와 e서비스 중심 국가화는 결코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물류중심지화는 모든 사람과 물자의 흐름이 한국을 허브로 해서 이뤄지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사람과 물자의 흐름은 동시에 정보, 지식과도 궤적을 같이한다. 따라서 물류중심지화는 지식산업인 e서비스 발전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싱가포르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싱가포르의 항만은 물류중심지인 동시에 e서비스의 중심지 역할도 해내며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물류중심지화와 e서비스 중심국가화는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이다. 물류 유통 활성화 차원에서 자유경제지역을 설정해 각종 규제를 완화한다면 이는 e서비스 국가 건설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세계적인 인재들과 고급 지식이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면 한국을 e허브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현덕(전자신문사 편집국장)=최근들어 이웃나라인 중국과 일본 모두 IT산업 발전 전략을 내놓으며 IT산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도 소프트웨어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내용의 정책보고서를 낸 바 있는데, 정부 주도하에 차세대 산업을 선점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아이디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회창 후보=IT산업 발전은 기본적으로 민간 주도로 이뤄져야 하지만 원천기술이나 기업용 솔루션 개발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가의 지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단, 주의할 점은 이 과정에서 국가가 직접 나서서 모든 것을 주관하여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 수행하기 어려운 부문을 도와주는 지원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의 IT강국인 핀란드에서는 IT산업을 지원하는 기관을 설립해 각 국가 부처간 역할을 조정하고 민간부문에 대한 컨설팅 및 기술개발계획 수립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도 이와 유사한 기관을 설립해 사업을 진행한다면 부처간 이해 충돌도 사라지고 민관 협력도 쉽게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

 -이재권=시장을 활성화하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는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 IT시장에서는 외국 기업들이 종전에 투자했던 것을 거둬들이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으며 국내 기업들은 오히려 중국이나 동남아 지역에 대한 투자를 앞다퉈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요즘 한국 IT시장에선 투자가 실종돼 가고 있다. 국내 IT시장의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복안은.

 ▲이회창 후보=투자의 기본은 수익이라는 결과가 나와야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식을 고려할 때 국내시장의 투자가 부족한 것은 인프라의 고도화에 소홀하고 해외 국가와 겨룰 만한 기술경쟁력이 부족한 것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해외 자본 유입시 각종 규제로 인해 경제성의 원칙이 힘을 내지 못한다면 외국인 투자는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줄어들 것이다. 자유경제지역 설정을 비롯해 세제 완화, 행정제도 개선 등을 통해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한다.

 더불어 기업의 투명성 확보도 시급하다. 외국인들은 우리 기업의 투명성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들었다. 외국에서도 우리 기업들이 어느 정도의 고부가가치 생산능력을 가졌고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도록 기업의 투명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장흥순(벤처기업협회 회장)=그동안 정부의 강력한 벤처육성정책으로 인해 벤처산업은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 역할을 해왔지만 벤처거품에 편승해 사이비 벤처가 양산되는 등 부작용도 적지않게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면에도 불구하고 벤처육성정책은 흔들림없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게 많은 이들의 생각이다. 향후 벤처육성정책은 무엇이며 벤처투자의 밑거름이 되고 있는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을 제시한다면.

 ▲이회창 후보=벤처는 우리 경제의 주역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 10위권에 진입하기 위해서도 벤처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벤처 활성화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확고한 지원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현 정권은 2만개 벤처양성 등 양적인 면에만 치중한 나머지 정작 기술력 있는 벤처는 발굴하지 못한 점이 없지 않다. 벤처는 특성상 성공확률이 낮기 때문에 사업의 성패는 시장법칙에 맡겨야 되는데 정부가 무리하게 특정 벤처들을 지정해 지원하다보니 정경유착, 벤처거품 현상 같은 부작용이 야기됐다. 지정제도는 문제가 있다. 앞으로 이러한 점에 주목해 벤처지원정책을 마련해나갈 것이다.

 최근 부침을 거듭하고 있는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시장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투자시장은 신뢰가 밑바탕이 돼야 살아날 수 있다. 등록심사를 공정하게 하고 공시제도를 강화함으로써 부정·불건전 벤처가 시장에서 힘을 못쓴다는 신뢰를 투자자들에게 심어줄 것이다.

 또 벤처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기술개발 및 인재양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것이다. 코스닥시장은 기술력을 키우는 곳이 아니라 이를 반영하는 곳이다. 따라서 이러한 기본 원칙에 입각해 벤처와 코스닥시장을 활성화해나갈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회창 정부는 벤처양성에 대해서는 확실한 지원을 약속한다.

 -이현덕=정책발표 내용 중에서 정보화 정책 추진체계 개선 부분이 시선을 끈다. IT강국은 IT사업을 얼마나 내실있게 추진해 성과를 극대화하느냐에 달려 있다. 하지만 최근 정보화가 각 분야로 확산되다보니 IT분야 업무를 둘러싼 부처간 갈등과 정책의 난맥상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부처간 영역다툼으로 정책이 일관성을 잃거나 기술개발에 혼선을 빚어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사는 경우도 있다. 앞으로 IT관련 부처를 어떻게 개편할 것인가.

 ▲이회창 후보=부처간 업무영역 조정은 풀기 어려운 문제다. 과거 총리 재임시절 초고속망 사업을 추진할 때도 부처간 업무조정에 많은 애를 먹은 경험이 있다. 특히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은 여러 부처와 업무 및 영역이 연관되기 때문에 더욱 조율이 어려운 부분이다.

 하지만 IT정책사업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이에 대한 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앞서 언급했던 핀란드의 경우 하나의 기관 아래 산·학·연·정부기구 등이 한데 모여있다보니 부처간 충돌이 줄어들고 효율적인 업무추진이 가능했다고 한다. 우리도 우선적으로 부처이기주의를 개선하고 효율적인 정책추진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서 당장 IT 관련부처를 모두 통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각 분야의 기획·조정·평가 등의 업무는 통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를 통해 각 부처간 업무를 조율하고 조정한다면 좀더 효과적으로 IT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

 보다 구체적인 조직개편 방안은 대통령이 되면 여러가지로 검토해나가겠지만 현 시점에서 정부의 기구개편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곤란하다. 대통령 수석비서관 신설 사안은 이미 다른 자리에서도 여러차례 과학기술 보좌관제도 도입을 밝힌 바 있다. 여기에 IT부문을 포함해도 좋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에 대한 신뢰와 의지다. 미래산업과 지식산업 양성에 국운을 걸고 나서는 대통령이라는 믿음을 산업계뿐 아니라 국민에게도 심어줄 것이다. 우리 IT산업이 한단계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확고한 신념과 비전이 필요하다.

 <정리=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