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 12·15세 이용가 등급 결정

온라인게임 ‘리니지’가 14일 영상물등급위원회 재심의에서 12세이용가(Non PVP버전)와 15세이용가(PVP 버전) 등급을 받았다.

 이에 따라 지난달 17일 영등위로부터 18세이용가 등급을 받음으로써 빚어진 ‘리니지 등급 파동’은 한달간 우여곡절 끝에 게임 일부수정 후 등급하향 조정으로 마무리 지어지게 됐다.

 이를 통해 영등위는 ‘너무 과했다’는 비난을 들으면서까지 내세웠던 ‘청소년 보호’라는 명분을 관철시키는 결과를 도출했고 엔씨소프트측은 비록 영등위의 강수에 굴복하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청소년 이용등급을 획득함으로써 PC방 영업을 지속할 수 있는 실익을 챙길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번 ‘리니지’ 파동은 단순히 ‘명분’과 ‘실익’이라는 영등위와 엔씨소프트만의 문제를 넘어 앞으로 진행될 온라인게임 사전등급분류의 심의기준이 될 ‘전례’로 남게 됐다는 점에서 국내 온라인게임 개발환경을 크게 뒤바꿔 놓는 등 게임산업 전반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리지지 파동 전말=‘리니지’ 파동은 이미 연초에 문화부에서 온라인게임에 대한 사전 등급분류제를 추진하면서부터 예견된 결과였다. 문광부가 업계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등급분류 기준안을 마련, 수차례에 걸쳐 이에 대한 설명회 및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기준안에 업계의 의견을 반영하려는 노력을 전개하기는 했지만 게임업체들과의 의견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영등위에 넘겼기 때문이다. 이는 사전등급분류제를 앞두고 업체들이 심의신청을 기피, 문화부와 영등위가 직접 설득작업에 나서는 등 많은 진통을 야기했다.

 결국 이같은 신경전은 영등위가 강도높은 잣대를 들이대 온라인게임 대표주자격인 ‘리니지’를 18세이용가 등급으로 분류함으로써 극에 달했다. ‘리니지’ 18세이용가 판정은 당사자인 엔씨소프트와 영등위간의 힘겨루기 차원을 떠나서 게임산업과 청소년보호라는 거시적인 명제간의 싸움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이에 난감한 입장에 처한 문화부가 또 다시 영등위와 관련업체를 대상으로 중재에 나섰고 이를 받아들인 엔씨소프트가 ‘리니지’를 수정해 재심의를 신청하는 결단을 내리면서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러나 영등위는 재심의에서도 ‘심의물 불량’이라는 오판을 내려 ‘리니지 파동’은 한달 가까이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청소년 등급판정 배경=이번 재심의 결과는 영등위와 엔씨소프트간의 타협으로 받아들여진다. 영등위 입장에서는 온라인게임에 대한 사전 등급분류 시행을 시작하자마자 ‘18세이용가 판정’이라는 강수를 두면서까지 주창했던 ‘청소년보호’라는 명분을 살리는 동시에 이로 인해 야기된 ‘게임산업 붕괴론’을 수습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엔씨소프트의 경우는 사실 더욱 난감한 입장이었다. 온라인게임을 산업차원으로 승화시킨 주인공으로서 끝까지 온라인게임 업계의 자존심을 지켜주기를 바라는 관련 업체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상황이라 당초 18세이용가 판정이 나왔을 당시에는 법적대응까지 들먹이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한편으로는 이같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에 입게 될 손실이 회사입장에서는 치명적일 수도 있다는 우려도 많았다.

 결국 이번 ‘리니지’에 대한 15세이용가 판정은 문화관광부의 중재를 통해 이같은 양자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타협점을 찾음으로써 엔씨소프트측이 게임을 수정해 재심의를 신청하고, 영등위가 이를 받아들이는 형태로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의미 및 파장=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리니지 파동’으로 인해 국내 온라인게임 산업이 일대 전환기를 맞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이번 파동은 온라인게임이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전근대적인 사고를 확대 재생산시키고 대외적으로는 국산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적지 않은 산업적 불이익을 낳았다는 것이다.

 또 영등위가 온라인게임에 대한 사전 등급분류 초기부터 등급분류의 수위를 대폭 높임으로써 그동안 게임개발에만 전념하던 개발자들의 창작욕이 크게 저하돼 궁극적으로 국산 게임의 질과 대외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이번 파동은 그동안 산업논리에 밀려 등한시 됐던 게임 이용문화에 대한 여론을 환기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도 발휘했다. 특히 지난 12일 문화부와 온라인게임 업체들이 건전한 게임문화진흥을 위한 공동성명서를 발표, 그동안 산업에만 고정됐던 게임에 대한 업계와 정부의 시각이 문화적인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