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민원서류를 집이나 사무실에서 받아 볼 수 있는 전자정부체제가 출범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정부는 최근 청와대 영빈관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해 이상철 정보통신부 장관, 안문석 전자정부특위위원장 등 관계자 170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자정부 기반 완성 보고회’를 갖고 전자정부 출범을 공식 선언했다.
정부는 국민이 인터넷을 이용해 각종 민원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한 민원처리시스템을 구축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고 한다. 이는 지난 2000년하반기 정부혁신추진위원회가 ‘정보화를 통한 민원업무혁신 기본계획’을 추진하면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결코 길지 않은 기간내에 이룩한 성과라고 할 만하다.
전자정부 출범으로 국민이 직접 관청에 가지 않고도 4000여종의 민원을 안내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393종의 민원서류를 인터넷으로 신청하거나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지금까지 주민등록등본 하나라도 발급받으려면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했던 민원인의 부담을 감안하면 가히 ‘획기적인 변화’라고 해도 좋을 듯싶다.
전자정부시대가 되면서 공무원들의 불친절이나 민원인이 느꼈던 짜증이 없어질 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행정의 투명성’이 확보돼 그만큼 부정부패 소지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단순히 민원업무뿐만 아니라 조달행정이나 교육행정 등에 미치는 사회적 이익도 엄청날 것이다.
이러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전자정부가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우선 전자정부의 효과가 극대화되기 위해선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자정부의 추진은 범부처 차원에서 추진되는 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이를 총괄하고 책임지는 조직이 필요하다. 물론 그동안 대통령산하 전자정부특위가 사업을 추진해왔으나 실무추진 과정에선 정통부와 행자부가 주도권 경쟁을 벌여온 게 사실이다. 지금부터라도 범정부 차원에서 이 사업을 총괄하고 책임지는 부처를 지정해 실무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정기관간 갈등을 원활히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용자들의 인식변화도 중요하다. 그동안 관청을 직접 방문해서 각종 민원업무를 처리했던 국민의 습관을 바꾸는 작업이 선행되지 않으면 전자정부의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점에서 정부는 국민이 민원처리시스템을 활용할 경우 얼마나 간편하게 민원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계몽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가야 한다.
정보보호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인터넷으로 업무처리를 할 때 일반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정보보호 문제다. 전자정부 서비스가 시행되면서 그동안 따로따로 정리돼 있는 개개인의 신상정보가 하나로 집중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국민의 이러한 우려에 대해서 어떠한 보안 및 정보남용방지 대책을 갖고 있는지 정확히 밝혀야 한다.
전자정부의 업그레이드도 고려해야 할 문제다. 주민등록 등·초본이나 납세증명서 발급처럼 단순업무만 처리할 게 아니라 시대적인 변화에 맞춰 전자정부 서비스시스템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가 최근 열린 전자정부 기반 완성 보고회에서 전자정부 후속사업으로 내년에 모두 750억원을 투입해 휴대폰이나 PDA 등 휴대단말기를 이용해 민원을 처리할 수 있는 차세대 모바일정부를 구현키로 한 것도 바로 이러한 점에서 연유한다.
정부는 이러한 해결과제를 소홀히 하면 기대효과를 얻기는커녕 자칫 큰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