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인피니온테크놀로지와 대만의 난야테크놀로지가 13일(현지시각) D램부문에 관한 전략적 제휴 타결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최근 일본 엘피다메모리가 미쓰비시전기의 메모리 부문을 통합하기로 확정하면서 촉발된 D램업계 합종연횡은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
두 회사간 제휴는 지난 5월 양해각서 교환으로 예견됐던 사안이다. 합작공장 설립에 관한 내용도 달라진 게 없다. 하지만 메모리업계의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양사의 실천적 방안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업계의 재편 움직임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어떻게 제휴하나=인피니온과 난야는 50대50의 지분으로 내년부터 대만 타오유엔에 300㎜ 전용팹을 짓는다. 이 공장은 2단계로 나뉘어 건설되며 내년말 초기생산 능력이 갖춰지면 오는 2004년까지 1단계로 월 2만장의 양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2단계 건설은 D램시장의 상황을 고려해 늦어도 2006년까지 완성하며 월 3만장의 처리능력을 증강시키는 것으로 돼있다.
또 300㎜ 라인에는 최첨단 기술인 0.07∼0.09미크론(㎛) 회로공정기술이 적용되며 이를 위해 두 회사는 120명 이상으로 구성된 연구개발팀을 조직, 인피니온의 드레스덴 공장에서 공동개발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대한 선작업으로 각국 정부 및 국제기구로부터 반독점법 승인을 얻은 후 오는 12월 2일부터 업무를 개시하기로 했다.
합작공장 설립에 소요되는 비용은 2005년까지 22억유로(한화 약 2조7000억원)로, 이 중 양사가 각각 5억5000만유로를 분담하고 나머지 11억유로는 외부에서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왜 난야를 택했나=인피니온은 유달리 투자 및 전략적 제휴의 대상으로 대만 D램업체를 선호해 왔다. 대만의 D램생산 기술력이 자사에 비해 한수 아래에 있어 상대하기 쉬운 데다 반도체산업의 성공요인인 기술과 자금 중 자금조달 부문을 손쉽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동진(東進) 전략을 중요시 해 온 인피니온의 행보에는 대만업체를 활용할 경우 대만은 물론 중국 등 동남아시아권 국가를 공략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대만기업이 인피니온 D램의 15% 가량을 유통하고 있고 인피니온이 대만의 D램업체 또는 합작공장을 통해 조달하는 물량비중은 30%를 훨씬 웃돈다.
인피니온은 그 때문인지 그동안 윈본드, 프로모스, 난야 등 대부분의 대만 D램업체와 우호적인 관계를 가져왔다. 특히 대만 업체들은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엘피다메모리 등이 사용하는 스택(stack)공정이 아닌 트렌치(trench)공정을 인피니온과 함께 채택해 왔다는 점에서 유력한 전략적 파트너로 꼽혀 왔다.
관심을 모으고 있는 난야는 최근 D램시장의 주력 메모리로 자리잡은 더블데이터레이트(DDR) SD램 부문에서 경쟁력있는 공정전환 능력을 갖추고 있는 기업으로 꼽혀왔다. 또 지난해 39억7000만대만달러 손실에서 올 3분기에는 5억9000만대만달러의 흑자로 전환하는 등 전도가 유망하고 자금동원 능력이 대만의 다른 경쟁업체보다 뛰어나 인피니온의 전략 파트너가 되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업계에 영향 미칠까=인피니온과 난야의 제휴는 당장 업계에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향후 3, 4년 후에는 업계의 적지 않은 판도변화를 몰고올 전망이다.
우선 IBM과 도시바의 D램사업 철수로 위축됐던 트렌치공정 진영이 인피니온과 대만업체의 연합을 통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증착과정을 통해 실리콘웨이퍼에 회로를 쌓아가는 스택공정과 반대로 웨이퍼를 식각과정으로 깎아내며 회로를 구성하는 트렌치공정이 다시 득세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독일과 대만이 향후 D램산업에서 공동전선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는 셈이다.
또한 최근 2년간 D램산업 불황으로 존폐위기에 몰린 대만의 D램업체들이 어떤 형태로든 합종연횡에 가담할 것으로 보여 삼성전자, 하이닉스, 마이크론, 인피니온진영, 엘피다진영 등 4∼5강 그룹으로 재편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중 하이닉스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경쟁력을 상실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업계의 재편은 D램 불황기가 끝날 무렵이면 반드시 나타나는 현상으로 재편에 따른 시장가격 안정은 기대해볼 만하다는 게 업계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