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없어서 못판다

수출 호조로 부품난까지 겹쳐 생산 차질

 국내 이동전화단말기 시장의 수급 불균형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올들어 가뜩이나 부품 구득난으로 폭주하는 수출물량을 납기에 못맞출 정도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이동전화단말기 제조업체들은 최근 이동전화서비스업체들의 영업정지를 앞두고 일선 대리점의 가개통 물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내수 주문물량 급증 현상까지 겹쳐 공급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단말기업계는 이처럼 판매량을 크게 늘릴 수 있는 호기임에도 칩 등 주요 부품 부족으로 제품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는 당초 올 하반기 시장을 월평균 100만∼120만대 규모로 예상하고 부품 주문을 냈지만 대리점 가수요와 컬러 카메라폰 교체 수요 등이 가세하면서 실제로는 140만∼150만대로 늘어나 생산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또 미국 등 cdma2000 1x 도입 국가까지 늘어나 1x용 칩은 품귀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으며 3∼6개월 전에 미리 주문해야 하는 LCD 등 주요 부품들도 적기구입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2개월여 동안 주문량의 80%도 공급하기 어렵다”며 “공급물량은 모자라는데 생산이 늦어져 난감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새롭게 독자브랜드로 내수시장에 신제품을 내놓은 팬택&큐리텔의 관계자는 “사업자들로부터 20만대 가까이 주문이 들어와 있지만 부품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60% 정도밖에 공급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는 국내 이동전화단말기 물량부족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부품부족 현상이 내년초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다 연말 선물용까지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이동전화단말기 제조업체의 관계자는 “서비스업체의 영업정지 기간이 짧아 단말기 수요가 줄어들 것 같지 않다”며 “연말까지 이동전화단말기 수급 불균형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선 대리점들은 ‘서비스업체의 영업정지 기간 동안 가입 수수료를 받지 못하면 생존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가개통에 열을 올리고 있다.

 SK텔레콤 대리점 관계자는 “이통 3사 대리점들이 영업정지 기간에도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가개통으로 단말기를 미리 확보하고 있다”며 “실수요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데도 물량이 달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사업자들은 대리점의 요구를 이기지 못하고 제조업체들에 필요 이상의 주문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한 사업자의 관계자는 “제조업체들에 ‘있는대로 다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대리점들의 주문량을 맞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단말기 보조금 금지 법제화도 가개통을 늘리는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