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SMB(Small&Medium Business)시장이 IT 업계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것은 비단 국내 시장에 국한된 현상만은 아니다. 한국IBM,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국적 기업들은 본사 차원에서 SMB시장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속속 제시하고 있으며 내년까지 이 시장에서의 매출을 많게는 50∼60% 증대시킨다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그동안 IT 메이저 업체에는 틈새시장 정도로만 인식돼온 SMB시장이 최근들어 유난히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인가.
우선 SMB시장의 범위를 대략 정의할 필요가 있다. 이 시장을 규정짓는 특정한 기준은 아직까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지만 몇몇 전문가집단 중 가트너그룹이 최근 종업원 수를 기준으로 나눈 SMB 시장의 정의를 참고할 수 있다.
가트너그룹은 SMB의 대상을 고용인 1000명 미만으로 정의하고 세부적으로 △ 20명 미만의 영세 기업 △20∼99명의 소기업 △100∼499명의 중간기업 △500∼999명의 중견기업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주)마이크로소프트 일반고객사업본부는 PC 50대에서 800대 보유 기업을 내부적으로 SMB 고객으로 규정짓고 있다.
SMB시장 활황의 원인을 우선 수요자 입장에서 살펴본다면 국내에서 이같은 범주에 속하는 기업들이 향후 몇 년간 IT부문에 대한 신규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IT환경이 고도화되면서 그동안 일회적인 솔루션 구매에 그쳤던 중견·중소기업들의 수준이 높아지고 보다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IT 투자를 고민하는 고객들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종업원 50인 미만의 소규모 기업을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SMB 고객에 속하는 국내 기업들이 경기 불황 등의 이유로 당분간 대형 투자를 단행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르지만 IT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를 늘릴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가트너그룹이 지난 9월 미국 100여개 SMB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들은 대부분 IT예산을 유지하거나 확충하겠다는 반응을 나타났다. 표1 참조
소규모 기업들은 클라이언트 컴퓨터에 필요한 사무용 솔루션 등에 대한 예산을 넉넉히 책정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이보다 규모가 큰 중견기업들은 엔터프라이즈 컴퓨팅과 스토리지 구매에 높은 관심을 표명했다. 표2 참조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SMB 고객이 우선적으로 도입을 고려하는 소프트웨어는 보안 및 운용체계(OS), 하드웨어 부문에서는 PC, 방화벽 등인 것으로 집계됐다. 표3 참조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공급자 입장에서는 이같은 SMB시장의 수요를 새로운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다.
국내외 기업을 막론하고 SMB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만드는 가장 큰 외부 요인으로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전세계적인 경기침체를 꼽을 수 있다. 특히 그동안 금융, 통신사업자, 대기업 등 대형 수요 창출에 여념이 없었던 외국계 벤더들은 지난해부터 대규모 프로젝트의 고갈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틈새시장 개척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틈새시장이라고는 표현되지만 이들 외국 기업들이 기존에 SMB시장으로부터 거둬들인 매출이 총매출의 20∼30% 선에 달했다는 점과 SMB 사이트 개별 매출의 덩치는 작아도 수익성이 짭짤하다는 것도 무시못할 요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이 소비자 시장에서 큰 몫을 챙기는 기업은 지난회계연도에 국내 총매출 중 45%를 SMB시장에서 올렸을 정도다.
지금까지 SMB시장을 주무대로 활동해온 국산 기업들은 외국 기업의 도전에 직면해 SMB 고객에 대한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단계다. 그룹웨어, 패키지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이미 중소기업의 시스템 구축 및 소프트웨어 구매 수요가 상당 부분 포화됐지만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시스템에 대한 요구가 늘고 있어 이에 대응하기 위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산 ERP 전문개발업체의 경우도 기계, 의약, 보험 등 업종별로 특화된 템플릿을 갖추고 외산의 도전이 날로 거세지고 있는 중견고객 시장에서의 영업력을 강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국산기업들은 SMB시장의 수성 차원에서 국산기업이 지닌 강점인 우수한 기술지원 능력과 한국기업 상황에 최적화된 커스터마이징으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올해초만 해도 다수 국산 솔루션 기업들이 엔터프라이즈 기업 시장 진출을 야심차게 선언하기도 했으나 대부분 좌절을 맛보면서 기존 시장에서의 서비스 강화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불황이라는 외부적 요인과 중소 시장의 신규 수요 발생 등으로 인해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급부상한 SMB시장에서 외산 대 국산의 경쟁이 날로 흥미진진해질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솔루션 공급업체들이 자신만의 특화된 솔루션으로 정면 승부를 해야 한다는 조언을 제시하고 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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