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유통대전 막올랐다](3)제조업체의 대반격

 제조사와 대리점 형태로만 이뤄져 왔던 가전유통시장 체계는 지난 90년대 이후 양판점·할인점·TV홈쇼핑·온라인쇼핑몰 등 신유통점의 등장으로 인해 복잡하게 변화해 왔다. 제조업체들도 다양한 판매라인 구축과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는 차원에서 환영했다. 문제는 신유통 업체들의 판매비중이 급증하고 제조업체의 대리점·전속점 비중이 급락하면서 불거졌다.

 10년새 삼성전자·LG전자 등 제조업체는 리빙프라자와 하이프라자와 같은 전속 유통점과 대리점 판매량의 절반 가까이를 양판점·할인점 등에 빼앗기며 이들의 영향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결정적인 이유는 시장점유율 급증세를 보인 유통업체의 파워가 너무도 강해져 제품의 가격결정력까지 좌우하게 됐다는 것이다.

 90년대 초부터 유통업체가 가전유통시장에서 가격 결정권을 확보하기 시작한 이웃 일본의 예는 가전업계의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야마다·고지마·베스트전기 등 대형 유통업체가 막대한 매출과 이에 따른 바잉파워를 확보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지난해 삼성전자가 가전제품만 연간 3조원어치 이상을 팔면서 1조5000억원 규모인 하이마트에 비해 절대우위를 보인 게 사실이지만 일본 최대 가전업체인 마쓰시타의 매출을 뛰어넘는 5000억엔의 매출을 보인 유통점 야마타의 존재는 이들 업체를 긴장시키고 있다.

 더욱이 국내 유통업체들은 최근 시장점유율 과반수 점령은 물론 잇따른 PB상품 도입으로 갈길 바쁜 가전업체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삼성전자·LG전자 중심의 제조업체가 본격적인 행동에 나선 것도 이 연장선 상에 있다. 지난 하반기 이후 삼성전자·LG전자는 물론 아남전자·이트로닉스 등이 전속대리점 강화, 또는 재건에 나서는 등 특단의 대책마련에 나선 것도 이같은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대표적 가전업체의 예를 보자. 삼성은 내년부터 공격적이며 대대적인 전속점 강화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며 LG전자는 유통업체와의 협력을 강조하며 온건한 대응을 준비중이다.

 삼성전자의 전속점 강화 전략은 전속점의 판매환경 개선을 통해 수익성을 보장해줌으로써 매출확대를 꾀한다는 게 핵심이다. 특히 부가가치가 높은 프리미엄급 제품 판매를 강화해 매출의 절반이상으로 늘리며 대리점과 리빙프라자 매장의 고급화·대형화를 위해 강력한 재정지원에 나섰다. 매장 고급화 비용을 최고 60%까지 지원해주는 방안까지 마련됐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고급 제품 판매 확대를 위해선 매장의 고급화가 필수적인 만큼 본사가 전폭적으로 지원키로 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온라인이나 할인점에 공급하는 제품가격을 대리점 수준으로 인상하면서 자사 제품을 저가로 판매하는 할인점이나 온라인 쇼핑몰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죄기 시작했다. 할인가격으로 고가제품 판매를 중단하라는 압력을 행사했었던 것도 이같은 전략의 일환인 셈이다.

 LG전자는 기본적으로 유통업체와의 협력을 중시하는 입장인 가운데 전문 유통점의 존재 이유를 자사 제품의 ‘풀라인업 진열’에 두도록 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90년대 중반 이후 성장을 시작한 양판점과 할인점 등 신업태들은 각 유통업체의 볼륨과 마진확보를 위해 이익이 많거나 잘 팔리는 제품을 주로 취급하고 있어 이같은 전략을 따르도록 하기 위한 유도책인 셈이다. LG전자는 제조사 입장에서 유통은 자사 제품을 많이 판매할 수 있도록 메이커와 고객을 연결하는 경로로 인식하고 유통전략도 가장 많은 매출과 이익을 올릴 수 있는 유통 포트폴리오의 최적화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한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