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권하는 책]웰링크 박찬흠 사장

네트워크 혁명, 그 열림과 닫힘/홍성욱 저/들녘 펴냄

웰링크 박찬흠 사장

 

 최근 5년 안팎의 짧은 기간에 우리 사회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함께 많은 변화를 경험했다.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이 세계 1위고, 어린아이들까지 이동통신 단말기를 소유하고 있는 정보통신 강국의 현실은 비단 우리 삶의 모습뿐만 아니라 우리의 인식·제도 등 많은 부분을 바꿔놨다. 그리고 이런 첨단기술의 발전으로 편리해진 생활의 이면에는 많은 부분을 잃어가고 있는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나는 것도 사실이다.

 정보통신 혁명을 진두지휘하는 초고속인터넷 장비사업을 경영하는 필자에게는 사적인 자리에서 이런 첨단기술의 발전과 이로 인한 변화에 관한 많은 질문이 쏟아지곤 한다.

 질문의 대부분은 ‘빠르게 변하는 이 과학혁명이 얼마나 더 멋진 세상을 연출할 수 있느냐’는 지나친 낙관론과 ‘과학기술의 발달은 인간을 기계에 종속시키는 등 부정적인 면을 가속화한다’는 지나친 비관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리고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대답을 던지기보다 항상 여기에 소개하는 ‘네트워크 혁명, 그 열림과 닫힘’이란 책을 읽어보라고 권한다.

 이 책의 저자 홍성욱씨는 토론토대학의 교수로 과학기술사를 연구하며 그동안 기술문명의 발전이 인간과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에 관한 저서들을 써왔다.

 그는 이 책에서 최근의 변화를 언급하는 정보혁명·인터넷혁명·제3의 물결 등은 결국 사람의 지식과 활동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면서 초래한 변화라는 점을 지적하고 이를 통칭해 ‘네트워크 혁명’이라고 부른다.

 이미 비슷한 내용을 담은 책들이 대부분 미래의 유토피아나 디스토피아를 추상적으로 소개하는 데 그친 반면 이 책은 인간을 중심으로 새로운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

 결론적으로 저자가 말하는 대안이란 과학기술에 대한 양비론·양시론을 배격하고 긍정적 측면은 적극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부정적 측면을 줄여나가자는 것이다.

 저자가 보기에 네트워크 혁명을 무조건 배격하거나 이를 무조건 따르라고 강요하는 것 모두 편협한 이데올로기에 싸인 생각에서 나온 것이고 부정적·긍정적 측면 모두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네트워크 혁명이 파편화돼 있던 개인을 한자리에 모일 수 있도록 만들었지만 그 이면에서는 개인주의적 성향을 부추기고 있고 부와 권력을 재분배하면서 부와 권력의 더 큰 집중을 양산하고 있다.

 따라서 네트워크 혁명의 닫힌 측면만 강조하기보다 그것이 지닌 열린 측면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또한 이 책에서는 네트워크 혁명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창조적 지식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원하는 정보가 주변에 산재해 있는 인터넷시대에는 단순히 지식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체화·숙련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듯 남들이 발견하지 못하는 창의적인 인간은 역사·철학·문학 등 인문학의 교육에서 나오기 때문에 대학 교육에 있어서 인문학이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도 빼놓지 않는다.

 혁명이라 불릴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 기술의 진보로 새로운 개념의 소외가 등장하고 인간은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당하기도 하는 등 적지 않은 불편이 생기고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은 큰 틀 안에서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류에게 가져다 준 혜택에 비해서는 절대적인 것이라 하기 힘들다.

 따라서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기술 발전이 만든 문제들을 최소화하고 그 안에서의 긍정적 요소들을 최대화할 수 있는 냉철한 이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chpark@wellin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