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토피아]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디 브라운 저/나무심는 사람 펴냄

 

 미국 유학시절 뉴멕시코·콜로다도주를 여행하면서 본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극빈자나 알코올 중독자 또는 카지노·도박에 찌들어 있는 사람들로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로 남아 있다. 한때 북미 대륙의 주인이던 그들이 현재 왜 그런 모습으로 몰락했을까 하는 의문에 역사적인 해답을 줄 수 있는 좋은 책 중의 하나가 디 브라운이 저술한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다.

 이 책은 우리가 서부영화를 통해서 어려서부터 익히 접해왔듯이 왜곡된 모습의 (선량한)백인과 (포악한)인디언 사이에 19세기 말 있었던 30여년의 전생사를 그리고 있다. 전쟁사라고 하지만 사실은 소수의 선량한 인디언이 살고 있던 북미 대륙을 침략한 백인들이 어떻게 인디언을 멸망시켰나 하는 미국 인디언의 멸망사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콜럼버스가 미 대륙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산 살바도르의 주민들이 콜럼버스 일행을 사심없이 환영하고 호의를 베풀었음에도 불구하고 채 10년이 못돼 수십만의 주민이 스페인에 의해 몰살당하는 사건으로부터 시작되는 유럽인들의 아메리카 대륙 침략사는 북미의 평원 인디언에 대한 침략사로 이어진다.

 백인들에 의해 쓰여진 인디언 전쟁사에 대한 기록·소설·영화는 많지만 70년에 나온 이 책은 백인에 의해 쓰여졌지만 인디언의 시각에서 인디언 멸망사를 기록한 고전으로 꼽힌다.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을 읽을 때는 이 시기에 관해 언제나 서쪽을 바라보던 미국인들이 이 책을 읽을 때는 동쪽을 바라봐야 한다. 이 책에서 문명적이고 개화된 유럽인들이 얼마나 야만적이고 비열한 방법으로 자연과 더불어 살고 있던 인디언의 땅을 빼앗고 그 종족을 말살시켜왔는가에 대한 세세한 기록들을 볼 수 있다. 그 전쟁의 결과 인디언이 대대로 살아오던 넓은 평원에서 내몰리고 사람이 살기 힘든 불모지로 유폐당한 결과가 소위 ‘인디언 보호구역’이며, 바로 내가 미국에서 목격한 현재 미국 인디언의 삶에 연결돼 있다.

 백인들의 토지에 대한 탐욕과 초기 인디언과 맺은 영구한 인디언 경계선에 대한 침범을 정당화하기 위해 워싱턴의 정책입안자(이 중에는 링컨 대통령도 포함돼 있다)들이 내건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이라는 주의는 유럽인과 그 후손들이 신대륙을 다스리도록 운명지어져 있으며, 지배민족이므로 당연히 인디언의 장래를 결정하고 인디언 소유의 땅을 차지해야 한다는 억지로 포장돼 이후 그대로 미국 인디언의 운명을 결정하게 된다.

 60, 70년대 진행된 인디언의 공민권운동은 인디언의 잃어버린 권리, 잃어버린 땅의 일부를 되찾게 해줬다. 69년에는 78명의 인디언 부대가 샌프란시스코 알카트라스 섬을 점령해 71년까지 점유하는 해프닝도 일어났다. 이 책에서 독자들은 인디언에 대한 바른 시각과 서구사회의 눈으로 각색되고 왜곡된 세계사를 다른 방향에서 곱씹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연세대 김영용 교수 y2k@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