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가을 컴덱스’ 전시회가 미국시각으로 17일 오후 7시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겸 최고소프트웨어아키텍트(CSA)의 기조 연설로 화려한 막을 올리며 일주일간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세계 정보기술(IT) 시장과 산업의 미래를 보여주곤 했던 ‘가을 컴덱스’가 올해에는 어떤 ‘깜짝쇼’를 보여 줄지 전세계 IT인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닷컴붕괴 이후 몰아닥친 세계 IT경기 한파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몰아치면서 올 추계컴덱스의 외형도 작년처럼 예년에 비해 왜소한 형편이다.
미증유의 9·11테러가 발생했던 작년의 경우 테러 이후 바로 행사가 열려 참가업체가 예년보다 훨씬 적은 1500곳에 불과했으며 관람객도 12만5000명 정도에 그쳤다. 올해는 참가업체가 작년보다 27%나 더 준 1100개 업체에 불과하지만 전시회를 찾는 발길은 작년과 비슷할 것으로 행사 주최측인 키3미디어는 보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 전자업체인 소니와 세계 최대 반도체기업 인텔 등의 부스도 올해에는 찾아 볼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외형적 축소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변함없이 미래의 IT시장을 이끌어갈 각종 첨단 제품과 신기술들이 쏟아져 나와 컴덱스가 세계 최고 IT전시회임을 다시 한번 입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올해 추계 컴덱스의 화두가 와이어리스(무선), 홈네트워킹, 각종 태블릿PC, 첨단 PDA(Personal Digital Assistant) 및 휴대폰 등이 될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언급하고 있는데, 특히 무선관련 신기술과 제품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매사추세츠주 프라밍험에 소재한 IDC의 유명한 IT분야 애널리스트인 로저 케이도 “관람객들의 발길이 첨단 PDA와 무선 제품 및 기술에 몰릴 것”이라면서 “그리고 이들 무선 제품과 동기화해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과 오픈소스 진영들의 움직임도 어느때보다 활발할 것”으로 전망했다. 무선네트워킹 기술과 관련해서는 가정과 기업에서 사용되는 각종 와이파이(Wi-Fi) 관련 제품과 기술이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케이는 “무선 기술이 매우 흥미진진하게 발전하고 있다”면서 “무선랜 분야 벤더(제품판매업자)들이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규격인 IEEE802.11b를 넘어 802.11a와 같은 보다 나은 규격의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며 “대중적인 802.11b 표준은 2.4㎓ 주파수를 사용, 최대 속도가 초당 11Mbps에 불과하지만 802.11a는 이보다 훨씬 높은 5㎓ 주파수에 속도도 초당 54Mbps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여러 유명 IT업체들이 불참했지만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는 각종 첨단 제품을 소개하며 이번 행사의 주요 세력임을 어김없이 과시할 전망이다. 이 회사는 이달초 전세계적으로 발표한 필기체 인식이 가능한 태블릿PC를 비롯해 또다른 첨단 단말기인 ‘스마트 디스플레이’와 ‘스마트 오브젝트’ 등을 소개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윈도로 작동되는 ‘스마트 디스플레이’(이전 명칭 미라 태블릿)는 기업 수요에 초점을 맟춘 태블릿PC와 달리 일반 가정용으로 만들어진 제품으로, 태블릿PC와 달리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가 없으며 또 독립적으로 웹에 접속할 수 없다. 반면 가격이 태블릿PC보다 훨씬 저렴하고 배터리 수명이 길다는 장점이 있다. 뷰소닉이라는 회사가 며칠전 이 제품을 선보였는데 뷰소닉 이외도 여러 하드웨어업체들이 ‘스마트 디스플레이’를 출품, 관람객의 발길을 잡을 예정이다.
또 세계 최대 개인용 컴퓨터업체(PC)인 델컴퓨터는 이번 가을 컴덱스에서 처음으로 자사의 PDA를 공개하며 PDA시장 진출 출사표를 던진다. 이 회사는 그동안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자사의 PDA에 대해 모델명과 가격 등을 처음으로 알릴 예정인데, 소식통에 따르면 델이 판매할 PDA는 모델명이 ‘액심’(Axim)으로 199달러와 299달러의 두 종류로 알려졌다. 이중 199달러 ‘액심’은 300㎒ 급인텔의 ‘X스케일’ 프로세서를, 그리고 299달러 ‘액심’은 400㎒급 X스케일 프로세서를 내장하고 있다. 델 이외에도 세계 PDA 시장 메이저인 HP도 자사의 새로운 ‘아이팩’ PDA를 선보이며 세계 최대 PDA업체인 팜의 운용체계(OS) 분야 독립 기업인 팜소스도 자사의 최신 OS를 발표한다.
고성능(하이엔드) 컴퓨터 분야에서는 일본 NEC가 ‘TX7’이라는 서버로 시선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 제품은 인텔의 최신 프로세서인 아이테니엄2를 32개 사용하고 있다. 이밖에 프로세서 분야에서 인텔의 유일한 경쟁자로 활약하고 있는 AMD가 포천500에 드는 대기업 고객 명단을 공개하며 인텔 추격에 고삐를 죈다.
DVD 시장의 표준 논쟁도 이번 전시회에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삼성전자는 자사 처음으로 DVD-RW 드라이브를 출품, DVD 표준 전쟁에 참여한다. 현재 파나소닉과 미쓰비시 등 일본 가전업체들은 DVD포럼이 지원하고 있는 DVD-R, DVD-RW 같은 규격을 선호하고 있고, 반대로 HP, 델컴퓨터 같은 PC업체들은 DVD+RW를 밀고 있는 실정이다. 이외에도 세계 그래픽 칩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도 자사의 최신 프로세서인 ‘NV30’을 선보인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