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거진 IT 대형 유통사기 사건을 계기로 다국적 IT기업들이 국내 채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등 대대적인 유통조직 정비작업에 나서고 있다.
주요 다국적 IT기업들은 최근 경기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그동안 방만하게 운영됐던 채널정책을 변경, ‘양보다는 질’을 중시하는 채널정책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으며 유통채널 관리도 대폭 강화하면서 유통망정비 작업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유통사기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직거래하는 유통채널을 소수정예화하는 한편 담보설정 규모 외에 현금유동성 등의 재무건전성을 기준으로 한 신용평가를 더욱 엄격히 적용키로 했다.
직접판매 비율이 높은 한국IBM, 한국HP, 한국후지쯔 등 서버업체의 경우 직접판매의 유통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형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1차 판매업체를 선정하고 산하에 리셀러를 두는 방식으로 유통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한국IBM은 유통채널(ISV) 관리창구를 단일화하는 한편 기존 250여개에 이르는 ISV 가운데 150여개사만을 추려 새로운 ISV로 선정했다. 인텔코리아도 제품별 전문채널 제도를 더욱 강화하고 현재 50여개에 이르는 채널규모를 10여개 수준으로 최소화한 후 나머지는 채널과 거래를 하는 리셀러 형태로 유통조직을 개선할 계획이다.
한국후지쯔는 일단 유통조직에 관련된 단기 개선방안을 마련한 뒤 현재 추진하고 있는 PI(경영혁신)의 일환으로 내년초까지 유통채널에 관한 중장기 관리전략을 수립키로 했다.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나 한국EMC처럼 100% 간접판매에 의존하고 있는 업체들의 경우 부도 등에 따른 손실을 1차적으로 총판이 부담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유통채널에 대한 관리와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시스코코리아는 이번 사건과 별개로 경기불황의 장기화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 주요채널에 대한 지원 및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신규 사업부문에서는 채널특화전략을 구사해 기존의 ‘숫자 위주의 채널정책’에서 탈피하기 위한 시도를 벌이고 있다.
서버업체 한 관계자는 “하드웨어 유통의 경우 거래규모가 적지 않기 때문에 이미 채널에 대한 신용평가나 담보설정이 까다롭게 행해지고 있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 정도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