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위의 케이블TV 업체 컴캐스트의 브라이언 L 로버츠 사장(42)은 미국 스쿼시 대표팀의 일원으로 국제 대회에서 3번이나 은메달을 목에 건 바 있다.
그런 로버츠 사장이 또 한번 승부사 기질을 과시했다. 컴캐스트보다 가입자가 3배나 많은 1위 업체 AT&T브로드밴드의 인수를 기어이 성사시킨 것이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두 회사의 합병을 승인함으로써 22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가진 초대형 케이블TV 전송업체 ‘AT&T컴캐스트’가 탄생하게 됐다.
합병작업이 마무리되면 로버츠 사장은 TV, 영화, 초고속인터넷망 등을 한 손에 거머쥔 AT&T컴캐스트의 초대 최고경영자로 부임하게 된다. 새 회사의 케이블 서비스 가입자수는 2위 업체 AOL타임워너의 2배가 넘는다. 또 300만명의 가입자, 국내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25%를 차지하는 미국 최대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로 떠오른다. 디즈니, 비아컴, 뉴스 코퍼레이션과 맞먹는 미디어 제국을 건설하겠다는 꿈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케이블TV 전송사업을 하던 아버지를 보고 자란 로버츠 사장은 지역 전송국의 기술자 등 밑바닥부터 시작해 30세 되던 1990년 사장이 됐다. 그리고 컴캐스트는 가입자 1200명의 작은 지역 케이블 송출 업체에서 85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대형 케이블TV 기업으로 성장했다. 로버츠 사장은 1999년 가입자 500만명의 케이블 업체 미디어원의 인수를 추진하다 AT&T에 밀린 기억이 있다. 그러나 3년 만에 AT&T 브로드밴드를 그때보다 더 싼 가격에 인수하면서 멋지게 앙갚음한 셈이 됐다.
로버츠 사장은 통신과 방송을 한꺼번에 지배하는 미디어 기업을 이루겠다는 야망을 갖고 있다. 컴캐스트라는 회사 이름 자체가 ‘통신’(COMmunication)과 ‘방송’(broadCAST)의 합성어다. 스쿼시 경기장 중앙의 ‘T’자 지역을 차지한 선수가 게임을 주도하듯이 그가 통신과 방송이라는 미디어의 ‘T’자 지역을 차지해 산업을 지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