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펜티엄4 3.06㎓ 및 하이퍼스레딩 기술
분석 : 김영로
작년 이맘때 인텔은 2㎓의 장벽을 넘어선 펜티엄4를 선보이며 대대적인 자축행사를 마련했었다. ㎓의 벽을 넘어선 것은 초음속 제트기가 마하의 벽을 넘어선 것에 비유될 정도로 하나의 획을 긋는 사건이었기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결과물을 지켜본 기억이 새롭다. 이 상황에서 불과 1년 만에 3㎓ 펜티엄4 CPU가 최근 선보였다.
우선 이렇게 빠른 클록의 CPU가 필요한 것인가 하는 의문은 뒤로하고 이렇게 CPU클록이 빨라지는 원인부터 생각할 필요가 있다. 가장 쉬운 해답은 인텔과 AMD라는 양대 CPU제조사의 치열한 경쟁이다. 처음 AMD가 ㎓의 벽을 넘어선 이후 인텔과 AMD의 자존심 경쟁은 클록속도라는 수치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수치로 표시되는 클록이 빠를수록 전체적인 시스템 성능이 높아지기 때문에, CPU제조사들은 기술력의 척도로 CPU의 클록속도 높이기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펜티엄4의 경우 AMD 애슬론XP에 비해 클록에 대한 의존도가 심한 편이다. 이미 L2캐시를 두배로 늘리고 코어를 개선한 이른바 노스우드코어나 새로운 FSB 533㎒ 등 다양한 기술적인 시도가 있어 왔지만, 근본적으로 클록을 높이는 것이 펜티엄4에서는 가장 확실한 성능향상의 방법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상대적으로 클록을 올리기 어려운 구조인 AMD 애슬론XP가 클록표시 대신 성능지수로 이름을 붙이는 것도 좋은 방증이 될 수 있다.
어쨌거나 이런 펜티엄4의 발전은 드디어 또 다른 장벽으로 여겨졌던 3㎓의 벽을 뛰어넘는 새로운 펜티엄4를 선보이는 단계에 이르게 되었다. 단순히 3㎓라는 엄청난 클록속도는 물론 그동안 서버나 워크스테이션급 CPU인 제온(Xeon)에서나 쓰였던 인텔의 비밀병기, 하이퍼스레딩(Hyper Threading)을 적용해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실정이다. 3㎓를 뛰어넘은 펜티엄4의 이모저모와 하이퍼스레딩 등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펜티엄4 3.06㎓는 이미 판매되고 있는 서버/워크스테이션용 CPU인 제온과 상당부분 닮아있다. 물론 생김새에서는 기존 펜티엄4와 전혀 다르지 않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펜티엄4 3.06㎓가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뭐니해도 하이퍼스레딩 때문이다. 펜티엄4 3.06㎓에서 쓰고 있는 하이퍼스레딩 기술은 이미 제온 CPU에 적용되었던 것이다. 코드명 Prestonia의 이 CPU는 0.13미크론 공정, 512 L2캐시 등으로 이번에 선보인 펜티엄4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FSB가 400㎒로 533㎒ 공정으로 이미 옮겨진 펜티엄4와 다를 뿐이다.
물론 서버용 CPU와 데스크톱 CPU를 같은 잣대로 재는 것은 트럭과 승용차를 경주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리석은 일이다. 쓰임새가 그만큼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런 비유를 하는 것은 두 제품 모두 하이퍼스레딩이라는 같은 기술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인텔이 펜티엄4를 가지고 3㎓라는 클록을 넘기면서 단지 클록만 높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인식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단순한 산술적인 계산으로도 클록만으로는 2.8㎓나 3㎓의 차이를 느낀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인텔로서는 단순한 클록상승은 물론 그 무엇인가 이벤트가 필요했다고 할 수 있는데 그 해결책으로 이미 서버용 CPU인 제온 등에 쓰인 하이퍼스레딩을 선택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펜티엄4 3.06㎓ 사진을 보면 일단 커패시티의 변화를 볼 수 있다. 물론 478핀에 펜티엄4 모양새는 그대로이지만 코어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2.8㎓ 역시 기존 B스테핑에서 C1스테핑으로 코어가 바뀌었던 것을 생각하면 계속되는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커패시티 개수 역시 15개에서 12개로 줄어들었다. 이것은 2.8㎓에서 스테핑이 바뀌면서 늘어난 커패시티 개수가 다시 줄어들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듯 싶으며, 제조공정 및 제조비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하이퍼스레딩은 당분간 펜티엄4를 더 끌고 가려는 인텔의 의지표현>
실험을 통해 알아본 펜티엄4 3.06㎓의 성능은 클록보다도 하이퍼스레딩에 집중됨을 알 수 있다. 일부 프로그램에서는 확실한 성능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신 게임 같이 더욱 쓰임새가 많은 프로그램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조금이나마 늦을 수도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평균적으로 20-25% 정도의 성능향상을 보인다는 인텔의 주장은 결코 거짓말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물론 서버 등에 쓰이던 기술인 탓에 모든 작업에서 뛰어난 성능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며, 비교적 쓰임새가 한정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즉, 3㎓를 넘어선 펜티엄4에 생명력을 불어넣기에는 충분하지만 하이퍼스레딩이 만능은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이퍼스레딩을 3㎓부터 적용한 것은 인텔이 비교적 성공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펜티엄4를 좀 더 오랫동안 끌고가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것이다. 이는 지금의 애슬론XP보다는 차세대 CPU인 해머시리즈에 무게중심을 두는 AMD와는 비교되는 전략인 셈이다. 당분간은 0.09미크론, 다시 말해 90나노미터 공정으로 제조공정을 미세화하는 등 약간의 변화는 겪겠지만 하이퍼스레딩과 펜티엄4라는 무기를 중심으로 삼겠다는 전략을 펜티엄4 3.06㎓는 잘 보여주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