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등장한 전자우편 대량발송 프로그램의 유해성 여부를 둘러싸고 국내 백신 업체들이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문제가 되는 프로그램은 지난 12일 발견된 ‘Friendgrt’. 전자카드 형식의 이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전자우편 프로그램 주소록에 등록된 모든 사람에게 같은 프로그램이 들어있는 전자우편을 발송한다.
이 프로그램에 대해 하우리와 한국트렌드마이크로는 유해프로그램이라고 판단해 자사 백신에서 이를 검사해 삭제하도록 했지만 안철수연구소는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하우리 관계자는 “데이터를 파괴한다든지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바이러스의 일반적 피해는 없지만 다른 사람에게 대량의 전자우편을 보내 번거로움을 줄 뿐 아니라 네트워크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유해프로그램으로 단정지었다”며 “특히 윈도Me나 윈도XP 사용자의 경우 작업표시줄이 없어지는 피해가 있기 때문에 업무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안철수연구소측은 “이 프로그램은 사용자의 동의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법률적으로는 유해프로그램으로 볼 수 없으며 백신에 이를 막는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 없다”며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지만 홈페이지를 통해 이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알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보안업체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에 의해 회사의 기술력이 판단되고 이 평가가 매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백신 시장의 특성상 업체들이 이슈 만들기에 열중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이 프로그램이 얼마나 유해한지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가능한 한 백신업체간 입장이 통일돼야 사용자에게 혼선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