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울리는 `파두의 디바`

 ‘월드뮤직’은 단순히 멜로디와 리듬, 노랫말을 결합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삶의 양식이 묻어있기 때문이다. 특히 월드뮤직은 인종과 문화가 서로 교류되는 과정에서 태어나기에 ‘혼합문화의 결정체’라고 불리기도 한다.

 보통 이런 혼합문화의 중심지는 떠남과 만남의 장인 항구였다. 아르헨티나의 ‘탱고’는 항구도시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유입된 유럽 이민자 음악과 아르헨티나 가우초 음악, 그리고 쿠바의 아프리카적 음악이 혼합돼 탄생한 음악이다. 그리스 ‘렘베티카’도 아테네·피레우스와 같은 항구도시에서 시작됐다. 포르투갈의 항구도시 리스본에서 탄생한 ‘파두(fado)’ 역시 노예로 끌려간 서아프리카 흑인의 음악이 브라질로 건너간 뒤 다시 포르투갈로 역류, 3개국의 음색이 혼합돼 만들어졌다.

 1820년께 생긴 파두는 특히 뱃사람들이 오랫동안 바다 위를 항해하며 두고 온 가족과 연인을 위해 부른 노래로 포르투갈의 영혼이 담겨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때는 밑바닥 인생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으나 시적이고 세련된 노랫말이 어울리면서 파두는 포르투갈의 블루스로서 대중성을 확보하는 한편, 더 나아가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음악으로 세계 시민권을 획득하게 됐다.

 베빈다는 이 ‘파두의 디바’로 불리는 인물.

 그녀의 음악은 유럽 정서를 노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네 심금을 울리는 묘한 매력을 갖고 있다. 특히 그녀의 음악에 스며 있는 슬픔과 고통은 누구에게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베빈다의 음악을 한번이라도 들어본 사람이라면, 인간의 숙명 속에서 느껴지는 고독감과 슬픔에 전율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때문일까, 혹자는 베빈다에 대해 이렇게 평한다.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서 울음을 우는 노래’ ‘슬픔에 젖지 않으면서 슬픈 노래’. 베빈다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고독에 빠지지 않으면서 고독한 노래가 파두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베빈다의 음악에는 때로는 시원스런 라틴음악적인 느낌이 있는가 하면, 때로는 재즈적인 음색도 느낄 수 있다. 폭넓은 스펙트럼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아마도 1961년 포르투갈 북부도시에서 태어났지만 2년 뒤 프랑스로 이주해 삶의 대부분을 프랑스에서 보낸 베빈다의 삶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포르투갈의 기억을 결코 잊지 않았다. 모국어로 노래하고자 한 그녀의 꿈은 1994년 ‘운명(Fatum)’과 ‘대지와 바람(Terra E Ar)’에서 현실로 이뤄졌다. 아말리아 로드리게스의 명곡 ‘검은 돛배(Barco Negro)’와 ‘눈물(Lagrima)’을 새롭게 재해석하며 영원한 마음의 고향, 포르투갈을 그린 것이다.

 국내에서도 TV 드라마와 CF로 알려진 베빈다가 베스트앨범으로 한국을 다시 찾는다. 특이하게도 이 앨범은 본국인 프랑스보다 먼저 국내에서 발매된다. 월드음악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어 한국팬들을 배려한 것이다. 이번 앨범에는 양희은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를 리메이크한 ‘J Esta’를 비롯해 ‘Barco Negro’ ‘Lagrima’ ‘다시 스무살이 된다면(Ter Outra Vez 20 Anos)’ 등 15곡이 수록돼 있다.

 22일 일주일간의 일정으로 한국을 찾는 베빈다는 24일 서울 강남의 재즈바 ‘원스 인 어 블루문’에서 쇼케이스 공연을 갖는 한편, TV 방송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