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스토리](41)쥬라기원시전(3)

 

 쥬라기의 포스트프로덕션을 말할 때는 사운드디렉팅을 맡고 있는 이영빈 감독을 빼놓을 수 없다. 친구의 소개로 만난 그는 너무 친절해서 오히려 의심이 들 정도로 사심없이 쥬라기를 위해 힘을 쏟아 주었다. 이 감독의 마인드와 라온의 마인드는 많은 부분에서 공감대를 형성했고 이는 곧 작품의 품질에 효과적으로 반영되는 계기가 됐음은 두말 할 나위가 없없다. 쥬라기의 사운드 중 이 감독의 적극적인 추천 하에 채택한 몇가지 특징을 든다면 첫번째로 배경음악을 전문뮤지션에 의뢰해 작곡하였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사실 국내 창작애니메이션에서 사운드의 중요성은 높게 평가받지 못했거나 또는 사운드를 고려한 기획이 완성도 있게 이루어지지 못한 부분들도 많았다. 그래서 그림의 완성도나 또는 툴의 종류를 작품 품질의 척도로 내세우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영상 반, 소리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영상과 사운드의 융합은 그 작품을 훨씬 좋은 작품으로 이끌 수 있다는 생각에 채택할 수 있었으며 그래서인지 아직도 많은 이들이 쥬라기의 음악을 높게 평가해 주고 있다.

 다음으로는 성우 더빙 부분에서 가급적 성우당 마이크를 한대씩 배정하여 녹음했다는 것이다. 이는 시간이 곧 돈인 스튜디오로서는 부담이 많이 가는 방법이지만 각 성우들의 연기가 살아야 한다는 지론 하에 이 또한 채택하기로 했다. 이 방법은 창작물 녹음연출이 처음인 필자로서는 정말 눈물나게 고마운 방법이 아닐 수 없었다. 옵티컬을 가지고 많은 성우들이 한꺼번에 녹음을 할 경우 여러소리로 인해 연출을 하기 힘들거나 나중에 믹싱을 하는 과정에서 소리가 뭉개지거나 잘 전달이 안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해 사운드의 전달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상기된 두가지 방법 이외에도 좀 더 나은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이 감독과 필자는 많은 밤을 함께 보내야 했었다.

 이쯤해서 성우 이야기를 할까한다. 쥬라기의 주인공인 니우와 임프, 그리고 자르는 모두 여자성우가 맡고 있는데, 쥬라기의 에피소드마다 꼭 한번씩은 절벽에서 떨어지는 장면이 있는 관계로 더빙 때마다 한바탕 소동을 벌이곤 했다. 목소리가 수입원인 성우에게는 미안한 부분이었지만 소리를 리얼하게 질러 달라는 요구를 잘 소화해 주었다. 또 쥬라기는 군중의 장면도 많이 나오는데 모두 일반적인 장면이 아니라 싸우거나 비명을 지르는 장면들이라 다른 성우들도 더빙이 끝나면 모두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스튜디오를 나오기도 했었다. 이런 작업들에 참여해 준 모든 성우에게 항상 감사한다.

 우리 회사 대표가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있다. ‘간절히 바라면 반드시 이루어진다’와 ‘이빨 꽉 깨물고’라는 말이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재미있는 말이라고 치부했었지만 정도를 가자는 원칙이 점점 힘을 발하고 그에 힘입어 노력할수록 맞는 말이구나 라는 생각에 이제는 항상 뇌리를 떠나지 않는 말이 되었다.

 아직 라온은 걸어온 길보다 걸어가야 할 길이 많이 남은 회사다. 그러기에는 오히려 지금의 우리가 경험적인 측면에서 많이 부족하기도 하고 인원 구성의 측면에서도 많은 보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라온은 항상 현재를 불평하지 않는다. 그러기에는 우리의 목표가 너무 확실하기도 하지만 불평을 하고 핑계만 대어서는 절대로 발전을 이루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끝으로 메인제작을 맡아준 RGP필름스와 포스트를 맡아준 레전드사운드 그리고 함께 해준 분들에게 감사한다.

 그러나 라온식구들에게는 아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싶지 않다. 힘든 오늘이 더 나은 미래를 가져올 수 있는 밑거름이고, 나아가 그러한 목표까지 라온은 아직도 먼 길을 가야하기 때문이다.

 <라온픽쳐스 이상주 PD chiwoo@raonpictur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