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영국의 한 순위조사기관이 음악팬들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시대에 구애받지 않고 애청되는 팝송으로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가 1위에 뽑혔다.
올해는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즉위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로, 지난 77년 25주년 기념 때도 최고 팝송으로 ‘보헤미안 랩소디’가 선정됐던 바 있다. 적어도 2세대가 함께 애청한 불후의 팝송이 된 셈이다.
영국의 상징이 여왕이고 그룹 이름이 퀸이기 때문에 그토록 영국인들이 퀸의 노래를 좋아하는 것일까. 그런 점도 약간은 작용할 테지만 무엇보다 영국인, 나아가 많은 세계인들이 퀸을 사랑하는 것은 음악에 퍼져 있는 묘한 ‘클래시컬한’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경우만 해도 교향곡의 구성과 오페라를 연상시키는 중간부분의 놀라운 합창은 예술의 극치란 평가를 받아왔다. 명백한 록음악이지만 거기에 클래식한 요소들이 병치(倂置)되어 있는 것이다.
퀸의 음악이 마침내 현대 클래식 음악가에 의해 ‘퀸 심포니(Queen Symphony)’로 탄생했다. 62년생으로 영국 왕립음악대학과 브리스톨대학에서 클래식을 전공한 톨가 카시프는 퀸의 명곡들인 ‘라디오 가가(Radio Gaga)’ ‘누가 영원히 살길 원하는가(Who Wants To Live Forever)’ ‘우리는 챔피언(We Are The Champions)’ ‘쇼는 계속되어야 해(The Show Must Go On)’ 등을 모티브로 하여 웅대한 6악장의 교향악을 만들어냈다.
그의 작곡과 지휘로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퀸 심포니’는 물론 퀸의 음악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지 않는, 완전히 새롭게 재창조된 온전한 현대 클래식이다. 하지만 퀸의 멜로디와 클래식한 테마들이 영감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퀸의 음악이 갖는 우수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임은 분명하다.
일례로 2악장에서 목가적인 피아노 콘체르토로 표현된 ‘내 일상의 사랑(Love Of My Life)’은 교향악 테마로 너무도 완벽하다. 평소 알고는 있었어도 막상 심포니로 만들어진 것을 들으니 “이렇게 퀸의 멜로디가 아름다웠나”하는 경탄이 절로 나온다.
톨가 카시프는 “순수하게 오케스트라로 퀸의 음악을 편성하는 것보다 재창조하는 것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나는 퀸의 음악이 본래부터 현대 클래식 장르의 언어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故) 프레디 머큐리와 함께 퀸의 음악 축이었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도 톨가 카시프의 노력에 찬사를 보냈다. 그는 “퀸이 지난 30년 넘게 구축해왔던 작품들에 기초를 두었지만 톨가는 작품들을 완전히 새로운 곳으로 이끌어올린 자신만의 교향악을 만들어냈다”고 평했다.
퀸의 음악이 록 중심에서 클래식의 맛을 주었다면 톨가 카시프의 작품은 클래식 속에서 록의 냄새를 전한다. 퀸의 팬들은 반갑고 클래식 팬들은 퀸의 음악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모처럼 록 팬들도 들을 수 있는 클래식이 나왔다.
임진모(www.iz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