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유통대전 막올랐다](5)프랑스 유통시장

 10년전만 해도 유럽, 특히 프랑스 시장에서는 가전대리점이 득세했지만 이제는 유통이 점령했다.

 유통 선진국으로 불리는 프랑스의 가전유통시장은 제조-유통간의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는 한국과 달리 이미 유통업체가 주도하고 있었다.

 문덕현 LG전자 파리법인장은 프랑스의 가전유통이 전자전문 양판점 30%, 대형 할인점 30%, 소매점 30%, 기타 통신판매가 10%를 차지하는 전형적인 유통주도의 시장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미 10년전부터 카르푸, 다티에 등의 대형 할인점들은 이미 프랑스 가전유통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현지 진출법인 마케팅 협력의 주요 축이 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원래 유럽의 중심국가인 프랑스도 일본과 유럽의 강호인 필립스에 미국의 GE, 프랑스 톰슨, 독일의 그룬디히 등 제조업체들에 의한 가전유통시장이 형성되어 왔다. 그러나 90년대 발흥한 카르푸, 다티에 등 대형 유통점들은 구매력을 바탕으로 제조업체와의 가격협상을 주도하면서 유통전성시대를 만들었다. 파리에 진출한 삼성·LG전자법인도 현지 진출시 수출확대의 통로로서 이들 유통점을 거치지 않고는 수출을 꿈도 꿀 수 없다.

 최근의 프랑스 시장은 월풀·GE·LG·삼성 등이 냉장고·세탁기 등 대형 이동전화 시장에서 쟁패하는 형국을 보이고 있으며 냉장고·세탁기와 함께 PDP TV가 급속히 인기를 얻어가고 있다. 하지만 제조업체 대리점은 찾아볼 수 없고 카르푸, 다티에 등의 유통점이 전자유통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 가전업체들은 이 시장에서 브랜드 파워와 높은 품질대비 가격경쟁력을 바탕 삼아 일본 업체 및 필립스 등과 경쟁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가전유통 선진국의 프랑스라는 창을 통해 보는 유럽내 전자제품 가격 구성도는 우리와 사뭇 다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본선인도가격(FOB) 수준인 딜러가격에 30∼40%대의 마진과 부가가치세까지 포함해 현지 유통가격이 매겨진다. 유통업체들은 마진 조정범위가 엄청나게 넓은 것이다. 한국 유통업체에 공급되는 마진범위가 12% 내외인 점을 감안할 때 엄청난 유통업체들의 파워를 읽을 수 있다.

 프랑스 유통업체의 파워는 심지어 EU 국가들은 물론 한국·일본·미국 등 역내에 진출한 현지법인들에 제품 통합구매 요청까지 할 정도로 막강하다는 게 현지 한국법인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물론 국가별로 다른 부가가치세(VAT)를 어떻게 조정하느냐는 문제가 남아 있어 결코 쉽지는 않다. 때문에 유통업체들이 단합된 모습으로 제조업체를 위협하며 급속히 압박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보인다.

 하지만 프랑스내에서 가전제품 공급확대를 노리고 있는 한국의 가전업체들이 영국의 유통재벌이라는 킹피셔그룹과도 연결된 막강한 프랑스 유통업계의 그늘을 벗어나기 힘든 게 엄연한 사실이다. 이는 유럽에 진출한 한국의 현지법인 관계자들과 한국내 국내영업부 관계자들에게서도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최근들어 유럽 현지 법인 관계자들은 현지 유통법인의 협력을 구하기 위해 한국의 국내 가전영업본부 관계자들에게 “한국에 진출한 유럽계 대형 유통점들의 한국영업에 적극 협력해달라”는 요청을 해오고 있다는 점은 이를 대변한다.

 이는 한국이 가전제조업체와 유통업계간에 시장을 양분하면서 일진일퇴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현 상황에서 향후 유통-가전간 협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파리=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