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에 도전한다](15)초음파영상진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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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계 초음파 진단기 시장이 기존 흑백과 컬러 초음파 진단기 위주에서 3차원 초음파영상 진단기로 급속도로 전환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흐름의 중심에는 단연 한국 초음파영상진단기산업의 대표주자이자 ‘산증인’인 메디슨이 자리잡고 있다.

 메디슨은 적어도 3차원 분야에서만큼은 세계적인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 사실 3차원 초음파 진단기 시장은 메디슨이 지난 97년부터 틈새시장을 공략,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낸 신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벤처기업이 세계 초음파 진단기 시장의 주요 흐름을 일거에 바꿔놓은 것이다.

 메디슨신화는 올들어 메디슨의 부도로 퇴색될 위기에 놓이게 됐다. 유동성 악화로 3차원초음파진단기 시장 확대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오스트리아 크레츠테크닉을 경쟁 업체인 제너럴일렉트릭(GE)에 1억유로에 매각, 세계 최강의 자리를 넘겨 주게 된 것.

 그렇지만 메디슨은 여기에서 굴하지 않고 올연말을 기점으로 3차원 초음파영상진단기 시장에서 세계 정상의 자리에 재도전한다. 메디슨 이승우 사장은 “창사 이래 지난 16년여 동안 중저가대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전세계 50여개국에 판매망을 구축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며 “올해 새로 개발한 3차원 초음파영상 진단기를 앞세워 프리미엄급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고 말했다.

 메디슨은 3차원 초음파진단기 시장의 잠재 수요가 엄청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프로스트앤드설리번에 따르면 과거 흑백초음파가 컬러로 전환될 때 시장 규모가 10배 이상 커졌던 과거의 경험에 비춰보면 현재 30억달러의 초음파진단기 시장에서 3차원초음파영상진단기는 향후 3년 내 미국에서만 7억∼9억달러 이상이 판매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사장은 “3차원초음파영상진단기는 기존 2차원 초음파진단기로는 진단할 수 없던 각종 인체 내 구조물에 대한 측정을 보다 쉽고 빠르게 할 수 있어 임상적으로 대단히 진보된 제품”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태아의 목 뒷덜미 두께를 재면 기형아 출산가능성을 80% 이상 확인할 수 있다. 또 발견된 종양의 발달 정도를 수술하지 않고도 초음파진단만으로 판별할 수 있다.

 특히 장기 자동인식 및 자동측정 등의 최첨단 기능을 보유, 주력 시장인 산부인과뿐만 아니라 방사선과·심혈관계 등에서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어 점차 그 활용 범위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메디슨은 이에 따라 최근 ‘아큐빅스(Accuvix) XQ’ 등 3차원 제품을 출시,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시장과 중국· 중남미 지역에 안정적으로 진입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아큐빅스는 기존의 3차원(D) 엔진에서 한 단계 진보한 차세대 라이브(live) 3D 엔진을 장착, 고속도·고화질의 3D 기술을 선보인다. 또 흑백 이미지에서도 고해상도 이미지를 보여주며 특히 1024채널을 적용한 컴파운드 이미지는 모든 변수의 최적화를 통해 인체의 깊은 부위도 고해상도로 보여준다

 메디슨은 이를 통해 고가 제품 시장에서 확실한 브랜드인지도를 쌓고 후발 주자들이 추격해 오기 전에 신제품을 또다시 출시, 가격경쟁력과 기술력으로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최근 수년간 3차원 초음파진단기 연구를 함께해온 해외 유명 의사들과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시장을 더욱 확대하고 그동안 3차원 초음파 진단기 판매경험을 쌓아온 영업조직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대대적인 마케팅도 준비하고 있다. 현재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의료기기 전시회 독일 메디카에 신제품을 전시, 고객의 반응을 살피고 있으며 중남미·중국 등에서 해외 로드쇼(road show)을 내년 실시할 예정이다.

 해외 로드쇼에서 제품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 경쟁사 제품과의 가격 및 성능 등을 세심하게 비교해서 비교 우위를 설명하는 비교 마케팅 전략을 구사, 2005년께 메디슨을 세계적인 브랜드 업체로 자리매김토록 했다.

 이승우 사장은 “이미 실시간으로 동영상 3D를 구현하는 ‘라이브(Live) 3D’까지 기술적으로 상용화한 상태”라며 “세계 최고의 기업인 GE에서조차도 흉내내지 못하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메디슨이 세계 최강에 오르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은 제너럴일렉트릭(GE) 메디컬시스템스다. 이 사업부는 잭 웰치 회장 시절 캐피털 사업부와 함께 잠재성을 가장 인정받은 사업부로 손꼽힌다. 당시 메디컬 사업부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제프리 이멜트(46)가 지금의 GE그룹의 최고경영자가 될 정도로 ‘차기 주력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GE메디컬시스템스는 최근 3차원 초음파진단기는 물론 2차원 초음파진단기 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히 다지기 위해 ‘로직(LOGIQ 700)’과 같은 기존 제품들을 과감하게 정리하는 등 새로운 제품을 구성하기 위해 대대적인 수술에 착수했다.

 특히 3차원 초음파 시장에서의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메디슨의 크레츠테크닉을 인수, ‘볼루선(VOLUSON 730)’이란 브랜드로 올들어 3차원 초음파영상진단기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또 최근 메트릭스 프로브(탐촉자)를 독자적으로 개발, 프리미엄급 제품에 장착하고 있다. 이 프로브는 3차원의 빔포핑(Beamforming)을 통해 고해상도 이미지를 얻을 수 있어 3차원 초음파시장을 이끌어가는 신기술로 주목받을 것이라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 시장을 차세대 초음파영상진단기의 글로벌 생산기지로 삼기 위해 국가별 주력 생산 모델을 교체하기 시작했다. GE는 이를 통해 로직(LOGIQ)200·로직400 등 중저가 제품에서부터 신제품인 로직9와 로직5 등 프리미엄급 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군과 기술력으로 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특히 한국 시장을 주요 전략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은 “세계에서 가장 디지털화된 국가 중 하나인 한국의 의료시스템 사업 시장은 GE가 의료시스템 사업을 전개하는 데 최적지”라고 꼽히기도 했다.

 세계 초음파 영상진단기 시장의 리더 자리를 놓고 ‘작지만 강한’ 벤처기업 메디슨과 세계 굴지의 기업 GE메디컬시스템스의 불꽃 튀는 한판승부가 세계 의료기기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메디슨 이승우 사장

 메디슨의 경영 정상화를 책임지고 있는 이승우 사장(45)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초음파영상진단기 개발 국책 연구를 수행하던 중 85년 동료 연구원들과 함께 메디슨을 설립한 창업 공신 중 한 사람이다.

 이 사장은 창업이래 ‘불가능에 대한 도전’이란 기치를 내걸고 GE·필립스·지멘스 등 세계적인 업체와 경쟁, 중·저가대 초음파영상진단기 시장의 틈새시장을 점령하는 데 성공, 현재의 메디슨을 세계적인 의료기기업체로 성장시킨 주역이다.

 이 사장은 초음파영상진단기의 품질 안정성을 최우선하는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연구개발에서부터 생산까지 꼼꼼히 챙기는 경영 스타일로 평판이 자자하다. 외부에서도 차분하고 성실한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사내 연구소 연구원에서부터 연구 소장을 거쳐 지금의 사장직에 오르기까지 연구·영업·생산 등 경영 전반을 두루 거친 경험을 바탕으로 메디슨의 경영 정상화에 앞장서고 있다. 이 사장은 항상 직원들에게 “모든 사고의 출발점을 고객과 시장에 둘 것”을 강조한다.

 특히 “고객에서 영업으로, 영업에서 생산으로 그리고 생산에서 연구로 사고의 전개가 이뤄질 것”을 주문하며 여기에 맞는 조직과 프로세스를 마련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 사장은 “메디슨 발전의 원동력은 바로 고객에서부터 비롯된다”며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개발하고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때 비로소 메디슨의 존재 가치가 있다”고 강조한다.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GE메디컬시스템스 조지프 호건 사장

 조지프 호건 사장 겸 최고경영자(45)는 2000년 6월부터 연 80억달러 매출 규모의 GE메디컬시스템스를 2년여간 이끌고 있다. GE본사의 부사장이기도 한 그는 한 살 터울인 제프리 이멜트 회장과 차별화된 경영 스타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제프리 이멜트 회장의 특징이 의료사업에서 기업인수 합병과 구조조정을 기업 성장의 엔진으로 삼고 있다면, 조지프 호건 사장은 탁월한 e비지니스 마인드와 고객만족 경영을 성장의 주요 발판으로 삼고 있다. 실제 사장 취임전까지 GE메디컬시스템스의 글로벌 e비즈니스사업부의 부사장을 역임한 바 있다.

 그는 GE메디컬시스템스의 사장으로 취임하자마자 ‘버추얼오피스(Virtual Office)’프로젝터를 도입, 고객만족 경영을 실현하는 데 주력했다. 영업·서비스 등 인력들이 사무실이 아닌 고객이 있는 현장에서 모든 업무를 처리할수 있게 끔 내부 시스템을 개선했다.

 98년 3월엔 미 버지니아에 위치한 GE와 파낙(FANUC)의 합작 벤처인 북미 GE파낙오토메이션의 사장 겸 최고경영자로 지명된 바 있다. 이 기간중 그는 GE파낙의 제품에 새로운 포지셔닝을 단행, 2년만에 40% 이상의 매출 성장을 이끌어 냈다.

 지난 85년 GE에 입사한 조지프 호건 사장은 GE플라스틱에서 영업·마케팅과 제품개발 등 다방면에서 리더십을 발휘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제너버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부인 로사와 3명의 아들을 두고 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